1인당 사교육비 역대 최고… 손 놓은 정부

입력 2018-03-16 05:05

작년 月 27만1000원 지출 1년 새 5.9%↑‘백약이 무효’… 학생수 주는데 총액 되레↑
특히 국어·사회·과학 급증… 사교육 참여율도 70% 넘어 통계 따로 현실 따로 지적도


학생 한 명에게 지출되는 사교육비가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으로 조사됐다. 사교육비 총액이나 사교육 참여율 등 다른 지표들도 악화 일로다. 정부의 사교육 대책이 무용지물이란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2017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조사는 전국 초·중·고 1484개교 학부모 4만명을 대상으로 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7만1000원으로 전년보다 1만5000원(5.9%) 증가했다. 사교육비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래 최고치다. 역대 최고였던 2016년 25만6000원을 1년 만에 경신했다.

중학생이 1인당 29만1000원으로 가장 많았고 고교생 28만4000원, 초등학생 25만3000원 순이었다. 전년 대비 상승폭은 고교생 8.4%, 중학생 5.7%, 초등학생 4.8%였다. 국어 영어 수학 등 교과 사교육비는 19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3.4% 증가했다. 국어가 14.2%로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사회·과학 8.5%, 수학 3.3%, 영어 0.5%였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 영역이 절대평가로 전환되자 국어와 사회·과학 등 다른 과목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예체능 및 취미·교양 사교육은 7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12.9% 늘었다. 특히 체육 사교육의 경우 2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17.0% 증가했다.

사교육 참여율도 2011년 이후 처음으로 70%대를 넘어섰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60% 후반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70.5%를 기록했다. 초등학생 82.3%, 중학생 66.4%, 고교생 55%가 사교육을 하고 있었다.

사교육비 총액은 18조6223억원으로 전년 18조606억원보다 5617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학생 수가 2.7% 감소했지만 전체 사교육비는 3.1% 증가했다. 사교육비 총액은 2015년까지 감소 또는 정체 추세를 보였는데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2년 연속 증가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정부의 사교육 대책이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사교육 통계가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27만1000원은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는 학생까지 포함해 평균을 낸 수치다. 학부모들은 “과외 한 과목을 받거나 입시 컨설팅 한 번만 받아도 수십만원을 지불해야 하는데 터무니없이 적다”는 반응을 보인다. 빠진 항목도 많다. 입시 컨설팅 비용이나 어학연수 비용, 영유아 사교육비, EBS 교재 구입비, 방과후학교 수강비 등은 사교육비 조사 대상이 아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