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노조 추천 사외이사’ 또 주총 못넘나

입력 2018-03-16 05:02
사진=뉴시스

‘노동조합 추천 사외이사’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세계적 의결권 자문회사가 KB금융 노조에서 추천한 사외이사의 선임 안건을 반대하고 나섰다. 절대 다수인 외국인 주주 표심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오는 23일 열리는 KB금융 주주총회에서 다룰 노조의 주주제안 안건 3개 가운데 2개에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반대’ 낙인은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 낙하산 인사 방지를 위한 이사선임 자격제한 관련 정관변경 안건에 찍혔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대표이사를 배제하도록 하는 정관변경 안건에는 찬성을 권고했다.

ISS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의결권 자문회사다. 전 세계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의견을 제시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를 참고해 의결권을 행사한다. KB금융의 외국인 투자비율은 70%에 육박해 ‘ISS의 의견’이 표결 결과를 좌우할 수밖에 없다. ISS는 지난해에도 KB금융 노조가 제안한 하승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를 권고했다. 당시 이 안건은 찬성률 17.73%로 부결됐다.

다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9.79%)의 행보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앞두고 국민연금공단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ISS는 노사 양측 의견을 듣고, KB금융 이사회의 편을 들었다. 권 교수가 인사(HR) 전문가로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봤지만, 재무·법·소비자보호 분야 전문가 보강이 시급하다는 사측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권 교수가 상장사 이사회 경험이 부족한 점도 지적했다. 낙하산 방지 정관변경 안건에 대해서는 “정당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고 이사의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KB금융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성명을 내고 “(ISS가) 논리적 모순으로 일관하고 있다. 단순히 자본의 이해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고 비판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