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일 발표한 청년 일자리 대책은 특단의 대책이라고 말하기 민망하다. 앞으로 3∼4년간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34세 이하 청년에게 실질소득 1000만원 이상을 지원해 중소기업 취업을 유인하겠다는 것인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소득세를 5년간 면제받고 전·월세 보증금을 3500만원까지 4년간 1.2%에 대출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에도 1명을 신규 채용할 경우 고용지원금을 연간 900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문제는 한시적인 정책인 데다 대기업 취업을 선호하는 청년들이 이런 정책을 편다고 중소기업을 선택할까 하는 점이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8%로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이다. 청년실업률이 높은 것은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된 데다 청년들은 임금과 복지 수준이 높은 대기업을 선호하고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리는 등 일자리 미스매칭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줄인다고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해소될 거라고 기대하는 건 착각이다.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것은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고 앞으로 소득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 않은 이유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조2000억원의 일자리 추경에 이어 또 4조원 규모의 청년 일자리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한다. 올해 일자리 예산을 아직 쓰지도 않았는데 돈을 또 퍼붓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4년간 노동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에코붐 세대 39만명을 방치하면 실업자가 14만명 늘고, 청년실업률이 12%까지 뛰는 등 재앙 수준이 될 것이라며 추경 요건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지방선거를 위해 선심성 정책들을 내놓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대표적인 게 청년구직수당이다. 서울시와 성남시 등 일부 지자체가 시행하는 것을 따라하기로 했다. 졸업·중퇴 후 2년 이내의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들에게 올해 30만원씩 3개월간, 내년에는 50만원씩 6개월간 지원한다.
누차 강조하지만 돈 풀어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미봉책이다. 정공법을 놔두고 에둘러 가려는 정부의 속내가 이해되지 않는다.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은 기업이다. 과감한 규제완화와 노동개혁으로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도록 해야 한다. 60세 정년 연장에 이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신규 고용을 위축시키는 정책들을 쏟아내면서 일자리가 늘어나기를 바라는 것은 모순이다. 경직된 노동시장을 유연화해서 기업들의 숨통을 터줘야 청년 일자리 문제가 해결된다. 자동화와 4차 산업혁명으로 이미 전통산업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면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급 일자리를 창출해 ‘일자리 종말’에도 대비해야 한다.
[사설] 미봉책으로 청년 일자리 해결 못한다
입력 2018-03-16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