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독과점 영대위 “독립 극장
작품 수급에 어려움 겪을 것”
배급사 “효율성 고려한 선택
영화별 배급 전략 다양해야”
박해진 오연서 주연의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이 상업영화로는 처음 특정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독점 상영되는 데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배급사 측은 효율성을 우선시한 타당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이하 반독과점 영대위)는 15일 “‘치인트’의 단독 개봉은 대기업 멀티플렉스 3사 중심으로 독과점화돼 있는 영화시장에 더 심한 경쟁을 불러오고, 그 결과 시장 상황을 더 불공정한 쪽으로 고착화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치인트’는 멀티플렉스 가운데 CJ CGV와만 상영 계약을 맺었다. CGV는 50%대 시장점유율을 보유한 극장 사업자다. 영화는 전날 전국 CGV 및 일부 개인 소유 극장에서 개봉돼 346개 스크린을 확보했다. 첫 날 관객 3만2805명(매출액 점유율은 13.2%)을 들이며 ‘지금 만나러 갑니다’ ‘사라진 밤’에 이은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반독과점 영대위는 “단독 개봉은 멀티플렉스간 과당경쟁과 ‘배급사 줄 세우기’를 부추긴다. 그러면 대기업 멀티플렉스에 속하지 않은 독립 극장과 독립·예술영화관들이 작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결과적으로 관객의 영화 선택권과 문화 향유권이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기업 배급사와 상영관의 수직계열화를 해소하는 방안, 특정 영화가 점유할 수 있는 스크린 수나 상영회수를 제한하는 방안 등의 핵심 해법을 제도화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인트’의 배급사 리틀빅픽처스 권지원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효율적인 배급 방식을 택한 것일 뿐 스크린 독과점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영화별로 배급 방식이나 전략은 다양해야 한다. 그것이 중소배급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항변했다.
권 대표는 “중소영화의 경우, 극장 광고비 지출을 감수하고 와이드 개봉을 하더라도 상영관을 제대로 받지 못해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약 4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치인트’는 와이드 개봉 시 10억∼20억원의 마케팅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됐으나 단독 개봉을 하면서 3억∼4억원에 집행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공정한 영화시장을 위해 중소 제작사들이 모여 설립한 리틀빅픽처스가 이 같은 배급 방식을 취한 데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권 대표는 “우리는 제작자와 창작자가 공정한 대우를 받고 제작사와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자는 취지로 설립됐고, 그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치인트’ 단독개봉 논란… 불공정 심화냐, 배급 효율이냐
입력 2018-03-16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