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소유욕, 고칠 수 있다… 관련된 뇌 신경회로 발견

입력 2018-03-16 05:02

물건이나 재화, 사회적 지위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잘못된 습관이나 질환으로 이어지곤 한다.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유명인들이 물건을 습관적으로 훔치다 낭패를 겪는 일도 종종 있다. 쓸모없는 물건을 집안에 모으고 버리지 못하는 수집 강박증이나 쇼핑 중독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사람과 동물의 집착 및 소유욕에 관여하는 뇌 신경회로가 밝혀졌다.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김대수 교수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뇌 시상하부(간뇌의 한 부분)에 속하는 ‘전시각중추(MPA)’가 먹이를 획득하고 소유하려는 본능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5일 밝혔다.

연구팀은 한 쥐에게는 장난감을 갖고 놀게 하고 다른 쥐는 따로 물체를 주지 않은 뒤 뇌를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MPA 신경회로가 활성화됨을 발견했다. 이어 빛을 쪼여 MPA를 자극하자 물체 획득을 위해 쥐가 집착하는 이상행동을 보이는 걸 확인했다.

연구팀은 MPA 신경이 수도관 주위 회색질(PAG)이라는 부위에 흥분성 신호를 보내 행동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이를 ‘MPA-PAG 신경회로’로 이름 지었다. 이 신경회로를 억제했더니 새 물건에 대한 호기심이나 욕심이 사라지는 것도 확인했다.

김 교수는 “MPA-PAG 회로를 자극했을 때 귀뚜라미 등 먹잇감에 대한 쥐의 사냥 행동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이는 물체를 갖고 노는 것이 먹이 등 유용한 사물을 얻는 행동과 동일한 신경회로를 통해 나타난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소유행동 제어 신경회로는 수집 강박이나 도벽, 게임중독 등을 치료할 단서를 제공한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최신호 표지논문으로 발표됐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