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품’ 된 동물의약품… 농림부 유통분쟁도 ‘모르쇠’

입력 2018-03-18 18:26
최근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이들은 식용에서 동반자로써 인식되고, 이들의 건강과 안전, 생활에도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관리·감독을 책임지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인식은 여전히 가축 혹은 소유물에 머물러 있었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접어들었다지만 농림부 내 동물의약품 전담부서는 ‘조류인플루엔자 방역과’다. 가축의 질병 그 중에서도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사람들의 피해에 집중하는 조직에서 반려동물의 건강에 대한 전반을 관할한다.

그 때문인지 농림부는 허가와 유통, 관리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관리기전이나 제도, 기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동물용의약품은 마치 공산품처럼 여겨지고 있다. 당장 수의사와 동물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들 간의 충돌에 대해 농림부는 별다를 기준이나 조치를 내놓거나 취하지 않고 있다. 실제 수의사 처방 없이 동물약국 등에서 판매가 가능한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두고 수의사와 의약품 공급사, 약사 간 다툼이 벌어졌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약사의 손을, 고등법원은 업체와 수의사의 손을 들어주며 사안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반면, 농림부는 일련의 다툼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심장사상충 예방약 시장의 85% 가량을 점유하는 한국조에티스(제품명 레볼루션), 벨벳(애드보킷), 메이알(하트가드) 3사가 약을 약국에 공급하지 않거나, 인근 병원보다 싸게 판매하는 동물병원에도 공급을 중단하는 일이 있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불공정거래행위로 보고 수의사들과 회사들에게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공급거부는 제품판매를 위한 전략”이라며 행정처분 취소결정을 내려 상충된 결과를 내놨다.

이와 관련 동물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정상적인 공급체계가 아닌 방식을 법원이 종용하는 점이나, 공정위와 업체간 싸움으로 국한돼 당사자인 동물약국이나 농림부 등은 소송과정에서 빠졌다”면서 “(재판부가) 의약품을 일반적인 공산품으로 본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반면 농림부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방역과 관계자는 “구체적인 부분은 확인해봐야겠지만 농림부는 법과 제도, 지침에 대해 관할할 뿐 해당 사항은 업체와 공정위 간의 법정다툼으로 보인다”면서 농림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식으로 답했다. 또한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약사감시를 통해 관리감독을 당연히 하고 있지만 유통질서 차원에서의 문제를 농림부에서 관여하긴 어렵다”면서 현행 체제에 문제가 없으며 개선할 여지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농림부의 태도에 김성진 대한동물약국협회장은 “당장 AI나 구제역이 발발하면 통화조차 안 된다. 동물의약품에 대한 관리를 너무 소홀하다”면서 “동물에 대한 항생제 남용문제를 비롯해 의약품 오남용 방지를 위해서도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준엽 쿠키뉴스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