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진료하고 있죠” 점점 커지는 병원 불신

입력 2018-03-18 20:12
진료비 할인을 알리는홍보물.

“최근 치과 치료를 위해 300여만 원을 선 결제 했습니다. 일시불로 하면 할인을 해준다고 해서 선 결제를 했는데 병원이 문 닫을까봐 불안해요.” 최근 서울 강남 소재 대형 치과의원이 폐업한 것과 관련해 많은 소비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단순히 치료를 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고액의 치료비를 선납했지만 돌려받을 길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장기간 치료비를 선납하는 사례는 피부·성형, 치과 등 비급여 치료에서 많다. 소비자들은 수백만 원에 달하는 치료비 부담에 의료기관이 선납하면 할인해준다는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하지만 동종업계에서 경쟁이 치열해 지다보니 경영이 악화되는 의료기관들이 증가하게 되고, 결국에는 폐업하는 상황까지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원급 의료기관 개·폐업 현황(2014년∼2016년)을 보면 ▶2014년 개업 1838개소, 폐업 1283개소 ▶2015년 개업 1951개소, 폐업 1346개소 ▶2016년 개업 2128개소, 폐업 1324개소 등으로 나타났다. 매년 1000여개소 이상의 의원급 의료기관이 폐업하고 있는 것이다.

표시과목별로는 ‘성형외과’의 경우 ▶2014년 폐업 81개소(개업 84개소) ▶2015년 폐업 57개소(개업 84개소) ▶2016년 폐업 66개소(개업 90개소) 등이었고, ‘피부과’는 ▶2014년 폐업 37개소(개업 50개소) ▶2015년 폐업 32개소(개업 73개소) ▶2016년 폐업 33개소(개업 63개소) 등이었다. ‘치과의원’은 2017년 1월 78개소, 2월 46개소, 3월 64개소, 4월 66개소, 5월 66개소 6월 66개소, 7월 69개소, 8월 61개소, 9월 43개소, 10월 35개소, 11월 49개소, 12월 73개소 등 지난해에만 716개소였다. 또 2018년 1월에도 73개소가 폐업했다.

이 같은 불안이 확산되자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진료보증제도’를 운영하기도 한다. A치과의원은 ‘혹시라도 내가 다니는 치과가 폐업할까봐 걱정되시나요? 환자의 불안한 마음까지 책임지겠습니다. 환자들의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점별 진료보증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환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의료기관의 휴·폐업시 선납된 진료비를 반환하도록 의무화하고, 의료사고의 발생 또는 진료계약의 불이행 등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보장을 위한 보험가입을 의무화하며, 의료기관에 소속된 의료인의 면허·경력 등 인적사항을 환자에게 알리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해 의료기관의 책임을 강화하는 등 환자를 보호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이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한편 이들 의료기관이 인터넷 등을 통해 할인이벤트 등의 과잉광고로 호객을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제재 방법은 없어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에 다수의 피해자를 낸 치과 역시 그동안 인터넷 광고로 고객을 모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성형·피부 등의 미용광고는 그동안에도 과잉·과대광고 지적이 있어왔지만 치과의 경우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때문에 현재도 인터넷 포털에 ‘치과’를 검색하면 할인이벤트 등 다양한 홍보문구로 호객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의료법상 의료기관의 환자 유인행위는 위법이지만 이러한 광고의 경우는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실정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조민규 쿠키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