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약정 혜택만 늘려놓고… 이통3사, 통신비 절감 시늉만

입력 2018-03-15 05:05

정부로부터 ‘요금 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이동통신 3사가 소수 고객만 혜택을 받는 요금제를 내놓으며 생색을 내고 있다. 공시지원금이나 선택약정 요금할인을 받는 약정 고객을 뺀 무약정 고객의 혜택만 늘리고선 ‘고객 부담을 줄였다’고 홍보해 소비자 혼란을 부추긴다. 정부가 통신비 절감을 위해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 도입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KT는 14일 무약정 고객에 한해 기존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최대 3.3배까지 늘리는 요금 개편안을 발표했다. KT는 “비교적 저렴한 3만2890원 및 3만8390원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늘렸다”며 “(무약정) 저가 요금제 고객들의 데이터 갈증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예컨대 LTE 데이터 선택 3만2890원 요금제를 신청한 무약정 고객의 월 데이터 제공량이 기존 300MB에서 1GB로 늘어난다. KT는 “매월 최소 5500원의 요금할인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도 무약정 고객을 상대로 한 요금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SK텔레콤은 이달 초 무약정 고객에게 월 3000∼9000점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무약정 플랜’을,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1월 무약정 고객에게 데이터를 추가로 제공하는 ‘데이터 2배 무약정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통 3사의 요금제 개편은 ‘자발적 요금인하 경쟁’ 모습을 연출해 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을 막으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정부가 제안한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대 요금에 음성통화 200분, 데이터 제공량이 1GB’다. KT가 이번에 선보인 3만2890원 요금제가 보편요금제에 근접했지만 무약정 고객에 국한돼 있다. 무약정 고객 비중은 전체 가입자의 10% 정도에 불과한 데다 스마트폰 신제품이 출시되면 약정에 가입할 ‘대기고객’이 대다수다. KT 관계자는 “약정고객은 이미 공시지원금과 선택약정할인을 받아 혜택 대상에서 뺐다”고 설명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시민위원장은 “무약정 고객은 기본적으로 약정 고객보다 통신비 부담이 크다”며 “무약정 고객을 늘리는 건 전체 통신비를 낮추는 걸 외려 방해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이 보편요금제 대체용은 아니다”며 “계속해서 요금제를 개편해 고객 혜택을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이통 3사는 고가 요금제 고객을 유치하는 데는 적극적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22일 데이터 용량·속도에 제한이 없는 8만8000원 최고가 요금제를 출시했다. SK텔레콤과 KT는 이달 고가 요금제 고객을 유치한 유통점에 인센티브를 더 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