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역사·부끄러운 뒷모습, 더 이상 되풀이 말아야… 檢 앞에 선 MB

입력 2018-03-15 05:01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 포토라인에 서서 준비해온 원고를 읽으려 하자 사진기자들이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고 있다. 측근인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 정정길 전 비서실장(오른쪽부터) 등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직 대통령으로는 다섯 번째 檢서 피의자로 조사받는 불명예
열성 지지자 안 보이고 측근만 배웅… 한국당도 거리두기
보수 결집 없어… 개인적 범죄 혐의 등 영향 미친 듯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퇴임 1844일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 포토라인에 섰다. 검찰 조사를 받은 전직 대통령으로는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다섯 번째다. 이날 오전 이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으로 떠나는 자택 앞 골목길에는 지지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소수의 시위대가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했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면 보수층이 결집할 것이라는 전망은 빗나갔다. 이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의 응원 대신 측근들의 배웅을 받으며 검찰청으로 향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이 정치적 파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이유를 크게 다섯 가지로 꼽았다. 열성적 지지층이 없다는 점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당시에는 이른바 ‘태극기 부대’ 등 열성 지지자들이 거세게 반발했지만 이 전 대통령에게는 그런 열성 지지층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보수가 분열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허 이사는 “보수 지지층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그리고 무당파로 흩어졌기 때문에 하나의 목소리로 결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혐의도 빼놓을 수 없는 원인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박 전 대통령의 일부 혐의는 ‘대통령의 통치행위냐’ ‘국정 농단이냐’를 다툴 여지가 있지만 이 전 대통령의 혐의는 대부분 개인 범죄적 성격이 강하다”고 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보호막도 사라졌다. 홍준표 대표는 “탈당하신 분”이라며 MB와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전전(前前) 대통령이어서 국민적 관심이 덜하다는 분석도 있다. 김동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기획실장은 “박 전 대통령은 현직에 있다가 갑자기 탄핵받는 처지가 됐기 때문에 일부 보수층이 결집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죄송하다”며 국민에게 고개 숙였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해 파악한 혐의는 20개에 이른다. 핵심은 다스 관련 의혹이다. 다스의 존재 때문에 다른 대통령들과는 혐의 구조가 다르다. 110억원대 뇌물수수 및 직권남용 등 권력형 부패와 수백억원대 횡령, 조세포탈 등 기업 수사에서 보이는 경영비리가 결합돼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에 서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말을 아끼겠다”고 했다. 여전히 이번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읽힌다. 조사 과정에서도 “다스와 서울 도곡동 땅은 나와 무관하다”며 혐의 전반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만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하윤해 지호일 이종선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