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첫 女국장 해스펠 지명에… ‘물고문’ 논란 정치쟁점화

입력 2018-03-15 05:02
사진=AP뉴시스

30년 비밀공작 정보분야 베테랑… 비밀감옥서 물고문 관여 장본인
트럼프 “유용한 수사 방법” 옹호… 매케인 “관여 정도 샅샅이 조사”


미국 중앙정보국(CIA) 첫 여성 국장으로 지명된 지나 해스펠(61·사진)은 조직을 장악한 남자들 틈바구니에서 성공을 거듭한 인물이다. 정파성이 없는, 터프한 정보 전문가라는 게 중평이다. 경험과 업무 능력 면에서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해스펠 지명자는 CIA의 어두운 역사인 ‘물고문 프로그램’에 깊이 관여했다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그는 9·11테러 이듬해인 2002년 10월 태국의 비밀감옥 운영책임자가 됐다. 작전명은 ‘고양이 눈(캐츠아이)’이었다. 그해 11월 미군 구축함 폭파 용의자 중 한 명이 이곳에서 세 차례 물고문을 당했다.

한 달 뒤 비밀감옥이 폐쇄됐고 해스펠은 귀국해 대테러작전을 계속 수행했다. 이후 CIA의 잔혹한 고문 프로그램이 대중에게 알려져 비난 여론 속에 중단되기 전까지 해스펠은 조직 안의 ‘라이징 스타’였다. 2005년에는 자신의 상관이던 호세 로드리게즈 비밀활동국장이 물고문 녹화 비디오테이프의 파기를 지시하자 적극 동조했다.

이 같은 전력 때문에 물고문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고 14일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고문을 통한 신문 방식은 많은 의원과 인권운동가들이 반대하지만 옹호자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중 한 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 때 물고문 재개를 약속했고 “고문은 효과적”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해스펠을 부국장에서 국장으로 승진시키려는 것도 비난 여론에 개의치 않고 고문을 재개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해스펠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물고문 프로그램 재가동에 동의하는지, 테러용의자로부터 정보를 뽑아내는 데 고문이 효과적이라고 믿는지를 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가 포로로 붙잡혀 5년 반에 걸쳐 고문을 당했던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구금자 고문은 미국 역사상 가장 어두운 챕터 중 하나”라며 “상원은 이 수치스러운 프로그램에 해스펠이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를 샅샅이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정권 때 법무장관 보좌관을 지낸 아미 제프리스는 해스펠 편을 들었다. 그는 “해스펠은 고문 프로그램과 관련해서 비판을 받겠지만, 그와 함께 일해 본 경험상 그가 과오를 통해 많은 걸 배웠기 때문에 사려 깊은 CIA 리더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