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전격 경질되면서 국무부의 대화 파트너였던 우리 외교부도 머쓱해졌다. 틸러슨 장관과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위해 15일 출국하려던 강경화(사진) 외교부 장관은 미국 측과의 협의를 통해 존 설리번 부장관(국무장관 대행)을 대신 만나기로 했다.
외교부는 국무부 수장 교체 사실을 13일 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보고 안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가 ‘16일 한·미 외교장관회담 개최’를 공식 발표한 지 8시간 만에 카운터파트가 교체되는 난처한 일이 벌어진 셈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틸러슨 장관은 아프리카 순방 중이던 지난 10일 이미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으로부터 경질 언질을 받았다. 외교부 관계자는 14일 “틸러슨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 준비에 강한 의지를 보였고, 경질 통보를 받고 나서도 이렇게 빨리 물러날 줄은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에 앞서 국무부 내 대표적 대북 대화론자였던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사퇴해 외교부가 상대하는 국무부 내 핵심 자리는 모두 비어 있는 상태다.
외교부는 당초 계획했던 강 장관의 15∼17일 방미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한·미 외교 당국 간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했고, 미국 측은 강 장관이 예정대로 방미하기를 희망해 왔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급작스러운 변화”라며 “새 인물이 왔지만 긴밀히 일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 소식통은 “한·미 간에는 여러 채널이 가동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전체로는 대미 소통에 큰 문제가 없다”며 “다만 국내적으로 주무 부처인 외교부의 입지가 좁아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미 간 소통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중앙정보국(CIA) 국장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 선에서 이뤄졌다. 조태열 유엔주재 대사와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 간 채널도 유지되고 있다.
외교부 안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심 측근을 국무부로 보낸 데 대한 기대감도 있다. 국무부에 힘이 실리면 외교부 역할도 커질 거라는 얘기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만나기로 한 틸러슨 경질됐는데… 姜외교, 예정대로 오늘 방미
입력 2018-03-15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