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군이 쿠르드족 반군을 제거하기 위해 시리아와 터키 국경지대인 아프린에서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현장 선교사와 현지 교회들이 “선량한 쿠르드족이 죽어가고 있다”며 관심을 촉구하고 나섰다.
중동 A국에서 사역 중인 B선교사는 14일 “아프린 일대 쿠르드족은 테러집단이 아니라 터키 정부의 일방적 주장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는 무고한 사람들”이라며 “아프린은 시리아 내전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던 안전한 곳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A국에 거주하는 시리아 난민 가운데 회심자 상당수가 아프린 출신 쿠르드인이다. 시리아 내전 이후 개종자는 1만명이 넘는다”며 “이들은 아프린으로 돌아가 교회를 세우려 했는데 갑작스러운 전쟁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쿠르드족은 세계 최대 미전도 종족이자 나라 없는 민족이다. 인구는 3000만∼3500만명으로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성경에 등장하는 메대 사람(사 13:17, 단 5:31)의 후예로 전해지며 BC 9세기 이후 아랍 제국에 편입돼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쿠르디스탄이란 이름의 자치구를 얻기도 했으나 국가로 형성되지는 못했다.
1차 세계대전 중 독립을 보장하겠다는 영국의 약속을 믿고 오스만튀르크와 싸웠다. 하지만 배신당한 채 전 세계 63개국에 흩어졌다. 현재 인구의 73%가 시리아 이라크 터키 이란 4개국에 몰려 있다. ‘이슬람국가(IS)’를 몰아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B선교사는 “한국전쟁 당시 참전했던 터키군 중 60%가 쿠르드 징집병이었다는 자료를 접했다”며 “이들은 정글 같은 국제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용만 당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지금은 터키가 쿠르드를 공격하고 있고 (터키의) 혈맹인 한국은 자주포를 수출해 쿠르드인들을 죽이는 데 협력하고 있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하나님은 쿠르드족 영혼들도 사랑하신다”고 덧붙였다.
현지 교회와 목회자들은 아프린 쿠르드족을 위해 기도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아프린 선한목자교회 발렌타인 하난 목사는 기도 편지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앞세운 터키 군인들의 공격 때문에 병원은 부상한 시민들로 가득하다”며 “많은 시민이 피난소에 머물다 살해당했다”고 밝혔다. 하난 목사는 “난민촌에는 600가정의 난민들이 있다. 공격이 멈추도록 기도와 도움을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시리아 알레포 복음주의교회 압달라 홈스 목사도 “우리는 터키군이 범죄 행위를 멈출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해 달라고 전 세계 인도주의 단체에 간청하고 있다”며 “하나님께서 우리를 보호하시고 악을 소멸하시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현지 선교사들에 따르면 쿠르드족은 산악지대에서 오래 살았고 역사적으로 끊임없는 탄압을 받았다. 이 때문에 ‘산 이외에는 친구가 없다’는 속담이 있다. 선교사들은 “국제 정치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속에서 이들은 또다시 홀로 서 있다”며 관심을 요청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테러와 무관한데… 선량한 쿠르드족이 죽어가고 있다
입력 2018-03-15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