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 시기·권력구조 놓고 기존 입장만 되풀이
각 당의 입장도 아직까지 분명하게 정리되지 않아
국회 개헌안 마지노선인 내달 28일까지 합의 난망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1일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지만, 국회 움직임은 여전히 더디기만 하다. 여야는 지난해 1월 이후 헌법개정 특별위원회(개헌특위)와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헌정특위)를 구성해 80여 차례의 회의를 진행했다.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14일 개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비공개 회동했지만, 특별한 진전은 없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합의된 것도, (합의가) 안 된 것도 없다”고 말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쳇바퀴 돌듯이 어제 한 얘기를 했다”고 했다. 3당 원내대표는 13일에도 개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만났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려면 개헌안 공고기간 등을 고려해 늦어도 다음 달 28일까지 국회 개헌안을 발의해야 한다. 앞으로 6주 정도의 시간이 남은 셈이다. 청와대도 이때까지 국회가 합의해 개헌안을 발의하면, 대통령 개헌안을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는 지난해 초부터 1년 넘게 답보 상태다. 개헌에 대한 각 당의 입장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국민 투표 시기와 권력 구조 문제 등을 놓고 기존의 입장만 되풀이하는 상태다.
국회는 개헌 논의를 위해 2016년 12월 29일 개헌특위 구성을 결의하고 지난해 1월부터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기본권을 논의하는 1소위는 7차례, 정부형태를 논의하는 2소위는 11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전체회의는 23차례나 열렸다. 하지만 뚜렷한 결론이 없었다.
특위는 이 기간 동안 외부 인사 49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도 운영했다. 자문위는 1년간 9차례의 전체회의, 13차례의 소위 회의를 진행했다. 당초 지난해 10월까지 자문안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이견 끝에 지난해 12월이 돼서야 자문안이 마련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기존의 논의를 취합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개헌특위 활동 기간이 종료되자 국회는 헌정특위를 가동해 개헌 논의를 이어나갔다. 헌정특위는 14일까지 모두 10차례의 전체회의, 11차례의 헌법개정소위 회의를 진행했지만 역시 소득이 없었다. 여야 위원들은 지난 12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개헌 시점과 총리 선출권 등을 놓고 공방만 벌였다.
특위 논의와 별개로 각 정당의 개헌 관련 입장도 분명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여당인 민주당은 수차례 의총 끝에 지난달 2일 사실상 4년 중임제를 근간으로 하는 개헌안을 당론으로 정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당론을 확정짓지 않고 있다. 대신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 동시투표는 어렵고 ‘10월까지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투표 추진을 목표로 개헌에 대한 당내 의견을 최종 수렴하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가 개헌안 마련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며 “지금도 늦지 않았다. 야당이 각자 안을 내놓고 집중적으로 논의를 전개하면 국회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금 이 시점에서 대통령 발의권을 행사하려는 정치적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통령 발의권은 국회 논의 이후에 행사하는 게 순리”라고 맞섰다.
김판 신재희 기자 pan@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국회, 개헌·헌정특위 80차례나 회의했지만… 1년 넘게 ‘답보’
입력 2018-03-15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