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범죄자 ‘신상등록 명령서’ 옛 주소지로 보낸 ‘무책임 법원’

입력 2018-03-14 19:00 수정 2018-03-14 23:55

法 “연락 안돼 공시송달처리” 대학생 “법원이 잘못해… 억울”
경찰, 성폭력특례법 위반 조사… 대법원, 엇갈린 공시송달 판결


성범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남성이 법원으로부터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등록해야 한다는 고지를 제때 받지 못해 또다시 처벌될 상황에 놓였다. 해당 남성은 법원 선고 전 이사를 마치고 전입신고까지 끝냈지만 법원은 과거 주소지로 명령서를 보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강제추행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대학생 A씨(30)에 대해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제출하지 않은 혐의(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 말 학과 선후배와 가진 술자리에서 만취해 여자 후배 B씨의 어깨와 허리 등을 만졌다. 서울북부지법은 9월 A씨에게 벌금 100만원과 재범 방지 프로그램 40시간을 이수하라는 약식명령을 내렸다. 약식명령은 피고인이 참석하는 재판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A씨는 이를 받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법원은 다음 달 A씨에게 약식명령 내용을 담은 재판서를 우편으로 보냈다. 재판서에는 관할 경찰서에 신상정보를 제출해 등록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A씨는 우편물을 받지 못해 등록기한을 넘겼다. 성범죄자는 판결 확정 후 30일 내 신상정보를 등록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법원 관계자는 “10월에 신상정보 등록의무가 포함된 약식명령을 보냈지만 A씨의 집 문이 닫혀 있고 사람이 없어 공시송달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공시송달은 피고인의 주소나 근무지 등 송달할 장소를 알 수 없을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공보 등에 게재해 송달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절차다.

하지만 A씨는 “약식 선고 전 이사를 했고 전입신고까지 마친 상태였는데 법원이 잘못된 주소로 명령서를 보냈다”며 “일부러 등록을 안 한 것도 아닌데 억울하다”고 했다. 법원은 “내용이 담긴 우편물을 보냈지만 당사자가 받지 못했다”며 고지 의무를 다했다고 반박했다.

공시송달 판례는 엇갈렸다. 대법원은 2014년 비슷한 사례에서 “판결문에 신상정보 등록 의무를 기재한 만큼 고지서가 피고인에게 송달되지 않았다는 등으로 제출 의무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은 (정상참작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2011년에는 공시송달과 관련해 “기록상 피고인 전화번호 등이 있는 경우 연락하고 장소를 확인해 보는 등의 시도를 (공시송달에 앞서)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