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 “은행, ‘고무줄’ 가산금리 설명해야… GM, 국내서 계속 생산 의지 확실”

입력 2018-03-14 20:27
사진=뉴시스

A씨는 지난해 4월 한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은행이 비용 등을 고려해 설정한 대출 가산금리는 1.3%였다. 그런데 B씨가 한 달 뒤 같은 은행, 같은 대출상품으로 돈을 빌릴 때 가산금리는 1.5%였다. 두 사람은 신용등급도 같은데 가산금리에서 0.2% 포인트 차이가 났다.

최종구(사진) 금융위원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산금리 산정 방식에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은행권의 자성을 촉구했다. 최 위원장은 “불과 1∼2개월 사이 큰 금리 차이가 나고, 이런 대출이 20∼30년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은행권 가산금리는 ‘고무줄 금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출비용, 손실위험 등을 기반으로 가산금리를 산출해야 하는데, 거꾸로 목표 가산금리를 정해놓고 다른 비용을 끼워 맞춘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05% 포인트 인상했다가 금융 당국의 권고를 받은 뒤 제자리로 돌렸다. 최 위원장은 “금리 수준이 높다거나 산정 방식이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면서도 “왜 이렇게 산정되는지 합리적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은행권이 수익 잔치에 머무르지 말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해 은행권은 2012년 이후 최대 순이익을 올렸다. 예금금리는 천천히 오르는 대신 대출금리는 빠르게 올랐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 위원장은 은행연합회가 최근 은행권 사회공헌활동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환영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중소기업이 기계설비 등 동산 담보대출을 원활히 받을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은행이 부동산 담보대출 등 손쉬운 영업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배경이 깔려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7월 은행권을 향해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전당포식 영업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최 위원장은 한국GM에 대해 “국내에서 계속 생산활동을 하려는 의지는 확실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영 실사에 착수한 산업은행은 부족한 운영자금 일부를 한국GM에 조건부 대출해주기로 결정했다. 한국GM이 실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확실한 담보를 제공하는 조건이다. 산은 관계자는 “경영 실사 기간은 2개월로 합의됐다. 협조가 충분히 되지 않으면 대출을 제공하지 않는다”며 “액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채용 과정에서 이름을 전달한 것은 분명히 잘못”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전날 최 전 원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나성원 안규영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