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전전(前前) 대통령마저 피의자로 불려나오는 모습을 지켜본 국민들의 마음은 참담하다. 적용된 혐의는 뇌물수수, 횡령·배임, 조세포탈,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2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하나가 충격적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자동차부품 기업 다스와 이 회사 설립의 종잣돈이 된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라고 보고 있다. 그는 다스가 BBK투자자문회사에 떼인 투자금 140억원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외교부 등 국가기관을 동원하고 삼성전자에 다스의 소송비용(약 60억원)을 대납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전 국회의원, 기업 등으로부터 수십억원대의 뇌물을 수수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을 개인의 이익을 챙기는 데 남용했다고 여겨지는 혐의들이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는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사실 여부가 밝혀질 것이다. 사실이라면 도덕적·정치적 비난은 물론이거니와 법적 처벌도 불가피하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검찰에 출두하며 포토라인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 “역사에서 이번 일이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혐의에 대해서는 입을 꼭 다물었다. 방어권은 보장돼야 하지만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이라면 더 비참한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발뺌과 정치보복 주장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자칫 증거 인멸의 정황으로 받아들여져 구속을 자초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이제라도 사실을 솔직하게 밝히고 부적절한 처신이나 불법 행위가 있었다면 진솔하게 사죄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을 대통령으로 뽑아줬던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고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를 그나마 더 잃지 않는 길이다.
전직 대통령이 피의자로 검찰에 소환된 건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반복되는 오욕의 역사는 우리 헌정사의 불행이고, 우리 정치가 아직도 후진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고 그냥 덮어둘 수는 없다. 법 앞에 모든 국민은 평등하고, 그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법은 권위를 잃고 법치는 흔들리고 만다. 전직 대통령이든 그 누구든 법을 위반하면 그에 상응한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원칙을 거듭거듭 재확인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여기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런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법치가 확립되고 대통령이 스스로를 초법적 존재로 착각해 불법을 자행해 온 전철의 되풀이를 막을 수 있다.
[사설] ‘전직 대통령=피의자’ MB가 마지막이기를
입력 2018-03-15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