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출두 발언… 노태우 “죄송” 노무현 “면목” 박근혜 “송구”

입력 2018-03-15 17:22
사진=뉴시스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나온 사례는 1995년 11월 1일 노태우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4000억원대 비자금 혐의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출석한 그는 기자들 앞에서 굳은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한 말씀만 해 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겨우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만 남겼다. 밤샘 조사 후 귀가했으나 2주 뒤 2차 조사를 받고 구속 수감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같은 해 12월 2일 12·12 사건 내란혐의로 출석 통보를 받았다. 그는 서울 연희동 사저 앞에서 “현 정권(김영삼정부)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수사”라는 이른바 골목성명을 발표한 뒤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갔다. 검찰은 당일 밤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그를 체포했다. 결국 안양교도소에 수감된 채 검찰의 방문조사를 받아야 했다.

13년여가 흐른 2009년 4월 30일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게이트로 대검 중앙수사부의 소환 통보를 받았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다”는 대국민 사과를 한 노 전 대통령은 서울 서초동 대검에 나와 ‘왜 면목이 없다고 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옅게 쓴 웃음을 짓고 “면목 없는 일이죠”라고 했다. 수사 주임검사였던 우병우 당시 대검 중수부 1과장에게 13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그는 그해 5월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3월 21일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검찰청사로 들어간 박 전 대통령은 이후 서울구치소에 수감됐고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없다”며 5개월 가까이 재판 출석조차 거부하고 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