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을 문화로 일상에서 흘러넘치게 하라

입력 2018-03-15 00:01
미국의 선교적 커뮤니티 소마 공동체 멤버들. 이들은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복음을 선포하고 적용하려고 노력한다. ‘wearesoma.com’ 유튜브 영상 캡처
“일상에서 복음에 유창한 사람이 돼야 한다.” 원제 ‘Gospel Fluency’를 번역한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바로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복음에 유창하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국어사전은 ‘유창하다’의 의미를 ‘말을 하거나 글을 읽는 것이 물 흐르듯이 거침이 없다’고 정의한다. 우리가 어떤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듯, 일상에서 복음도 그렇게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번 생각해보자. 복음을 제2외국어에 빗댄다면 과연 나는 일상에서 얼마나 복음을 잘 사용하고 있는가.

인상적인 방식으로 복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저자는 제프 밴더스텔트 목사다. 미국의 선교적 공동체인 ‘소마(SOMA Family of Churches)’를 세운 주인공이다. 2004년 워싱턴주 타코마에서 작은 가정교회로 시작한 소마 공동체는 미국과 캐나다 곳곳으로 퍼져나가면서 현재 40개를 넘어섰다.

20년 넘게 미국 시카고 윌로우크릭커뮤니티교회 등에서 사역하면서 그는 기독교인 대다수가 복음을 선전 구호나 광고 카피처럼 말하는 ‘조각 복음 신자’였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나는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이 왜 필요한지, 복음이 무엇인지, 왜 그것이 좋은 소식인지, 그리고 복음의 진짜 역할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적어도 일상 가운데 적용할 정도로는 모른다.”(58쪽)

그 이유는 우리가 복음을 일상에서 어떻게 적용할지 제대로 훈련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대학 시절 스페인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경험을 토대로, 우리 삶에 복음이 흘러넘치게 할 방법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우리가 복음을 말하는 문화 속에 푹 빠져 사는 것이 중요하다. 매 순간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이 하신 일을 통해 생각하고 느끼면서 세상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누구를 만나든, 어떤 일을 하든, 가령 영화 한 편을 보더라도 복음과 연관된 주제를 발견하려 애쓸 때, 비로소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느끼며 살아가게 된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복음에 포화되는 것(gospel saturation)’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그의 핵심 목회 비전 중 하나로, 소금이 남김없이 물에 녹아 짠맛을 내는 것처럼 복음이 그리스도의 교회를 통해 사회 전반에 스며들어 모든 이가 복음의 능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복음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리고 복음을 말하는 공동체에 속해 지속적으로 복음을 선포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는 복음의 기초를 소개한 뒤 소마 공동체에서 시도했던 다양한 사례와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보자. 매주 수요일 공동체의 저녁 식사 모임 중 한 자매가 직장 상사와 적은 월급 등 회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대부분 ‘우리 회사도 그래요’라고 맞장구쳐 주거나 심정적 위로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소마 공동체에선 ‘이 상황에서 복음이 어떻게 좋은 소식으로 적용되나’ ‘우리가 지금 복음의 어떤 면을 잊고 있나’ ‘우리가 가진 것보다, 원하는 것보다 예수님이 어떻게 더 나으신가’ 등의 질문을 나누도록 한다.

당시 공동체 구성원은 불만을 토로한 자매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당신이 월급을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죄인인 우리가 그리스도를 통해 생명을 얻었으니 본래 받아야 했던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이 좋은 것을 이미 받았어요.” “상사는 당신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예수님이 지금 하나님 앞에서 당신을 높이고 있으니 괜찮아요.” “당신의 진짜 상사는 회사 상사가 아니라 예수님이에요. 그러니 내일은 예수님을 위해 일해보세요.”

이렇게 복음에 유창해질수록, 당사자 또한 지속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저자는 “신학적인 표현을 사용하자면 복음이 거듭남, 칭의, 그리고 하나님의 자녀 됨을 가져왔기 때문에 모국어가 되어 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선교적 교회를 넘어 선교적 공동체에 관심 있는 목회자는 물론 삶과 신앙의 불일치로 고민하거나 바람직한 신앙의 공동체를 꿈꾸는 이들에게도 권하고픈 책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