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들은 기독교 신앙이 먹고사는 문제와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성경을 펼치면 온갖 요리와 음식 이야기로 넘쳐난다. 아담과 하와의 선악과, 팥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팔아버린 에서, 광야 40년 동안 이스라엘 민족의 주식이었던 만나와 메추라기, 까마귀가 전해준 음식을 먹었던 엘리야, 제자들과 수시로 식사하셨던 주님과 일용할 양식을 구하라는 주기도문까지 성경은 먹는 이야기가 많다.
책은 성경에 등장하는 각종 요리와 음식에 관한 장면 40편을 뽑아 음식의 렌즈로 성경 스토리를 재해석했다. 저자는 구약성경은 어머니가 자식을 먹이듯 체념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끝없이 챙겨 먹이시는 하나님에 관한 이야기라고 재정의한다. 또 신약성경은 인간의 영혼과 육체의 먹고사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음식이 되어 자신의 살과 피를 나눠주신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라고 요약한다.
성경을 읽을 때 ‘잔치’라는 말을 놓치지 말라고도 당부한다. 하나님은 인간과 더불어 잔치를 벌이고자 에덴을 만드셨기 때문이다. 또 아브라함과 잔치를 즐기셨으며 장차 새 하늘 새 땅에서 선택된 백성들과 함께 잔치를 베풀겠다고 약속하셨다. 저자는 신학자나 성경 연구자가 아니다. 그렇다고 전문 요리사도 아니다. 하지만 비전문가이기에 종횡무진 성경 이야기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성경을 이런 식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에 탄복하게 된다.
요리연구가 겸 외식경영 전문가 백종원씨는 “요리의 역사가 이토록 장구하며 종교적으로 오묘한 뜻을 내포하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됐다”며 “먹고사는 일상의 문제를 인간의 욕망과 탐심, 소유와 분배, 사회 정의와 평등에 관한 문제로까지 끌고 가 해석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혜안이 놀랍다”고 추천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책과 영성] 스토리로 재해석한 성경 속 요리와 음식에 관한 40장면
입력 2018-03-15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