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지구 對 오래된 지구, 어떤 차이?

입력 2018-03-15 00:03

미국 애리조나주 콜로라도 고원에 위치한 그랜드캐니언은 깊이 1.6㎞, 길이 446㎞의 대협곡이다. 깊고 긴 협곡을 경계로 양분된 거대한 그랜드캐니언처럼 지구 나이가 6000년이라고 주장하는 ‘젊은 지구창조론’과 46억년이라는 ‘오래된 지구론’은 그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오랫동안 대립해 왔다. 이 책은 양대 이론의 배경과 역사, 근거 등을 세밀하게 검토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극명하게 대조한다.

젊은 지구창조론자들은 그랜드캐니언이 노아 홍수와 관련된 여러 사건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지구 전역에 걸쳐 오랜 시간 동안 지층이 형성·변화돼 온 것이 아니라 노아 홍수 때 단 1년 만에 현재 지구상의 여러 지형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책은 이런 주장이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보수적 성서학자나 신학자들의 입장으로 자리 잡지 않았다고 말한다. 사실 젊은 지구창조론은 20세기 초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교인인 조지 매크리디 프라이스(1870∼1963)로부터 시작됐다. 그가 내세운 젊은 지구창조론과 전 세계적 홍수의 연관성은 ‘홍수지질학’이란 이론으로 자리 잡았다. 이 이론은 이후 존 휘트컴 교수와 헨리 모리스 교수 등의 인물에게 전수되면서 근본주의나 복음주의권 기독교인에게 광범위하게 소개됐다.

반면 오래된 지구론을 취하는 책의 저자들은 그랜드캐니언이 해수면의 상승과 하락, 땅의 융기와 침강, 오랜 기간의 퇴적과 침식, 오랜 시간 동안 이뤄진 콜로라도강과 지류의 침식 작용을 통해 이뤄졌다고 본다.

책은 먼저 그랜드캐니언에 있는 암석층이 모두 형태나 방향에서 동일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상부 암석층은 수평 방향인 반면 하부는 기울어져 있다. 색깔이 명백하게 다른 암석들도 있다. 토양 분석과 지층 단면 해부를 통해 각 퇴적층이 극단적으로 다른 환경 속에서 형성됐다는 증거가 다양하게 제시된다. 젊은 지구창조론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노아 홍수 때 단기간에 퇴적층을 형성했다면 이런 결과가 나타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젊은 지구창조론 옹호론자들은 이 같은 입장 차이를 성경적 세계관과 자연주의적 세계관의 차이로 본다. 하지만 과학의 통설을 따르는 지질학자들은 홍수지질학을 주장하는 자들이 모든 증거를 고려하지 않거나 자신들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만 채택한다고 비판한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