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베’ 이시바 시게루 前 간사장 급부상

입력 2018-03-14 05:05
사진=AP뉴시스

일본 사학재단 모리토모(森友)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과 관련한 재무성 문서 조작 사건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리더십을 뒤흔들어 그의 자민당 총재 3연임이 불투명해졌다. 자민당이 집권당이어서 차기 총리를 뽑는 선거나 다름없는 총재 선거는 오는 9월 치러지지만 모리토모 스캔들의 충격이 총재 선거 정국을 앞당긴 모양새다. 아베 총리가 휘청거리자 당내 ‘반(反)아베’ 기수인 이시바 시게루(61·사진) 전 간사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13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속한 당내 파벌인 호소다파와 아소파, 니카이파가 ‘아베 1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데 아소파 수장인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경질된다면 현 구도가 깨져 아베 총리의 3연임이 실현되지 못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니카이파 수장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이 모리토모 스캔들의 전개 양상에 따라 등을 돌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총리 관저에선 총재 선거와 관련해 아소 부총리와 니카이 간사장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리토모 스캔들은 이 재단이 국유지를 헐값에 사는 과정에 당시 이사장과 아베 총리 부부의 친분이 작용했다는 의혹이다. 재무성은 국유지 매각 결재문서에서 재단에 특혜가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문구와 아베 총리 부부 관련 기술을 삭제해 국회에 제출한 사실이 발각됐다. 문서 조작의 일차적 책임자인 당시 재무성 국장은 사퇴했지만, 재무성을 책임지는 아소 부총리는 아직 버티고 있다.

산케이신문이 10∼11일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로 적합한 자민당 의원을 물었더니 28.6%가 이시바 전 간사장을 꼽았다. 30.0%로 1위를 지킨 아베 총리를 턱밑까지 추격한 수치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2012년 총재 선거 때 아베 총리와 맞붙어 당원 대상 1차 투표에선 1위를 했으나 의원 대상 2차 투표에서 석패했다. 그는 군비 강화를 주장하면서도 과거사 문제에는 전향적이다. 일본이 전쟁 가능 국가가 되려면 태평양전쟁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