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차단하자” 은행원 선발 ‘아웃소싱’ 바람

입력 2018-03-14 05:05

채용비리 태풍이 몰아친 은행권에서 신입행원 채용에 ‘외주·객관화 바람’이 불고 있다. 채용 공고를 낼 때부터 외부업체가 개입해 서류전형을 주도하고, 필기시험도 객관식 위주로 치러진다. 임원 최종 면접에도 외부 인사가 참여하고 있다. 모두 채용 절차의 공정성 시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하반기 예정인 주요 은행 공채에도 같은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상반기 170명 공채를 시작한 IBK기업은행은 15일 채용 관련 아웃소싱업체를 최종 선정한다. 지원서 접수는 16일까지인데 이후 외부업체가 서류전형과 필기전형을 전담한다. 채점 시비마저 없애기 위해 필기시험은 모두 객관식으로 내기로 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13일 “최종 임원 면접은 사내 인사 절반에 외부 전문가 절반으로 구성할 예정”이라며 “외부 심사위원의 배점 비율을 몇 %로 할지는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과 SH수협은행도 각각 350명과 70명 규모 신규채용을 진행 중이다. ‘서류-인·적성검사-필기시험-면접’의 단계를 거치는데 외부 업체가 전 과정을 관여한다. 농협은행은 서류 제출 때 출신학교 및 학점도 기재하지 않도록 했다. 이른바 ‘SKY’ 우대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최종 면접에도 20% 배점으로 외부 인사가 참여한다”고 밝혔다.

주요 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의 상반기 채용 일정 발표가 임박했다. 우리은행은 현재 채용 업무 대행을 위한 외주업체 선정 공고를 낸 상태다. 인·적성 검사에 더해 능력 위주 선발을 위한 필기시험을 추가할 전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외주업체 선정과 필기시험 부활 등을 투트랙으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채용비리 의혹 관련 검찰 수사 및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고 있는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상반기 채용 일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채용비리를 비켜간 신한은행도 상반기 채용 여부가 불투명하다. 채용 시스템 문제 점검 등으로 인사팀이 여력이 없는 데다 점포 축소 및 디지털 전환 등으로 은행들 인력 축소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