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안전공사, 피해 판결 12명 취직한 4명 빼고 8명 채용
정부 전수조사 발표 후 첫 물꼬… 검·경, 현재 68개 곳 수사 중
결과 따라 같은 사례 잇따를듯
공개채용에서 억울하게 탈락했던 8명이 하반기에 한국가스안전공사 신입사원이 된다. 정부가 지난 1월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를 발표한 이후 첫 구제 사례다. 이번 조치는 다른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가스안전공사는 2015∼2016년 신입사원 공채 때 부정 채용으로 피해를 본 12명 가운데 8명을 신규 채용한다. 이미 공무원이 됐거나 더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다며 입사 제안을 반려한 4명을 빼고 전원 구제키로 했다. 구제 대상자인 A씨는 “입사지원서를 80통이나 썼는데도 취업에 실패하면서 자존감이 떨어졌었다”며 “그래도 정의는 살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사태가 일어난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하지만 뒷수습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구제 대상자는 법원 판결문에서 ‘피해자’로 특정된 이들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7월 가스안전공사의 채용비리 사실을 적발했다. 이어진 검찰 수사 결과 피해자들은 최종 면접점수가 부당하게 변경되면서 불합격 처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검찰과 피고인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서 지난 1월 1심 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확정됐다. 기재부가 지난 1월 밝힌 구제 원칙에 부합한다. 기재부는 당시 ‘수사를 한 결과 채용비리로 최종 합격자가 뒤바뀌는 등 피해자가 특정될 경우’는 원칙적으로 구제하겠다고 했다.
구제 대상자들은 가스안전공사가 다음 달부터 시작하는 공개 채용의 합격자들과 함께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가스안전공사는 이들이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일부러 채용 시점을 올해 공채 합격자의 입사 시기와 맞췄다.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신원이 알려져 또 다른 피해를 보지 않고 정상적인 조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스안전공사의 ‘피해자 구제’는 다른 공공기관의 후속조치에 본보기가 될 수 있다. 현재 검찰과 경찰은 68개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를 수사 중이다. 고위층 자녀를 부정 채용한 의혹으로 수사받고 있는 한국광해관리공단이 대표적이다. 당시 2명의 최종 후보자 가운데 1명이 탈락했다. 면접 개입 의혹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도 마찬가지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관계자는 “수사 결과를 보고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 물꼬를 트긴 했지만 구제 대상자들이 2015∼2016년에 정상적으로 입사했으면 받았어야 할 임금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그 부분도 향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구제된 채용비리 피해자 “정의는 살아있다”
입력 2018-03-14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