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성과 도출 땐 해제 논의… 곳곳 걸림돌 주변국 협조도 절실
우리 정부의 5·24 조치 해제 천안함 폭침과 연계돼 난제
美 대북 독자제재 대부분 대통령 행정명령 형식
해제도 행정명령 거쳐야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성과가 도출될 경우 대북 제재 해제 논의가 곧바로 뒤따를 전망이다. 북한은 2006년부터 최근까지 벌인 핵실험, 탄도미사일 발사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의 제재를 받고 있다. 2007년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 해제와 2008년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취소를 제외하면 대북 제재가 해제된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 정부의 대북 제재 중 가장 강력한 것은 2010년 취해진 5·24 조치다.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항해와 입항을 금지하고 남북교역을 전면 중단하는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5·24 조치는 천안함 폭침과 직접 연계된 사안이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천안함과 관련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을 경우, 5·24 조치 해제 논란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5·24 조치 해제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천안함 폭침이라는 두 가지 난제가 해결돼야 가능한 셈이다.
다만 5·24 조치는 법적 근거가 없는 행정조치다. 정부 재량에 따라 우회나 완화가 가능하다. 박근혜정부도 남북과 러시아가 참여하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와 대북 인도적 지원을 5·24 조치의 예외로 인정하는 유연화 조치를 시도했다. 4월 말 남북 정상회담과 그에 따른 후속 실무회담에서 남북 간 신규 합의가 도출될 경우 ‘신법 우선의 원칙’을 준용해 5·24 조치를 우회하는 남북교류 추진이 가능하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등 대규모 남북 경협 재개를 위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완화가 함께 필요하다. 개성공단은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 금지, 금강산관광은 대북 대량현금 제공 금지 조항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유엔 안보리 결의는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철광석과 석탄, 수산물 거래를 차단하고 석유 공급을 제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거래를 차단하는 수준을 넘어 민생경제에 직접 타격을 입히는 강력한 조치다. 북한이 올해 급하게 대화에 나선 배경에는 지난해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75호와 2397호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해제는 유엔 안보리 이사국 논의를 통해 결정된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의향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한의 전략적 도발이 있을 때마다 제재 논의에 앞장서 왔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비핵화 합의가 이뤄지면 유엔 안보리 제재 역시 완화 및 해제 수순으로 들어간다. 역시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제재 해제에는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국가는 그동안 “제재를 위한 제재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미국의 초강력 제재 시도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맡아 왔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해제를 위한 법적 근거는 지난해 12월 채택된 결의 2397호에 나와 있다. 결의 2397호 28항은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는지 여부에 따라 제재를 강화, 조정, 유예,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안보리 차원의 논의와 별개로 경미한 사안은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서 결정할 수 있다.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는 대부분 대통령 행정명령 형식을 띠고 있다. 제재 해제도 행정명령을 통해 이뤄진다. 다만 2016년 2월 발효된 대북제재법은 상·하원 의결을 거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법률이어서 해제가 훨씬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과의 비핵화 논의와 속도에 따라 해제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北 가장 아픈 안보리 제재, 북·미대화 풀려야 완화
입력 2018-03-14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