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공모제’ 어정쩡한 절충… 교육정책 또 후퇴

입력 2018-03-14 05:05

내부형 공모 비율 15→50% 오락가락 교육행정 비난 자초
전교조 “지방선거 의식” 비판


자율학교에선 교장자격증이 있든 없든 학교구성원 평가를 거쳐 검증받은 교사를 교장으로 임용하려던 정부 방침이 대폭 후퇴했다. 교육부가 설익은 정책을 내놓고 비판이 거세면 철회하는 오락가락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교육부는 13일 ‘교육공무원 임용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자율학교 및 자율 공립고 등에서 교장자격증 유무와 관계없이 평교사가 교장 공모에 참여할 수 있는 범위를 현행 15% 이내에서 50% 이내로 늘려 교장공모제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당초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27일 입법예고를 하면서 “교장 자격증 미소지자 응모 제한 비율(15%룰)을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석 달도 지나지 않아 방침을 뒤집었다.

교육부는 또 시·도별 공석인 교장 자리의 3분의 1 이상 3분의 2 이하에서 공모로 교장을 뽑도록 교육청에 권고하는 방침도 유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입법예고 당시에는 “권고 비율을 삭제한다”고 했다. 개정안은 오는 9월 1일자 공모교장 임용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교육부 스스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교장공모제 확대를 주장하던 진보성향 교원단체나 시민단체 등을 의식해 ‘15%룰’을 없애려다 보수 교육계가 강력 반발하자 지방선거를 의식해 어정쩡하게 타협했다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15%룰’ 폐지 방침이 발표되자 “교원 승진 체계가 무너져 앞으로는 학교에서 궂은일 하려는 교사가 줄어들 것”이라며 하윤수 회장이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강력 반발해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당초 교육부 방침이 뒤집히자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는 “현장 목소리를 외면하고 교육부가 지방선거를 의식해 뒷걸음질 쳤다”며 “교장자격증 중심 승진제도는 교육 적폐다. 승진제를 없애기 위한 10만 교사서명운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오락가락 행정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과목을 확대하려다 반대 여론이 급증하자 개편안 발표를 1년 뒤로 미뤘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