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마오쩌뚱의 2인자’ 저우언라이 띄우기… “내게도 그런 충성을”

입력 2018-03-14 05:04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과 저우언라이(오른쪽) 전 총리.

저우언라이 전 총리는 청렴과 성실한 삶으로 중국 인민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 지금도 ‘영원한 총리’ ‘인민의 벗’으로 추앙받는다. 하지만 마오쩌둥의 그늘에 가린 ‘영원한 2인자’이기도 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자신에 대한 ‘절대적 충성’을 요구하는 논리로 저우언라이의 명성을 활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저우언라이 탄생 120주년을 맞아 이달 초 베이징에서 성대한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기념식에는 리커창 총리를 비롯한 상무위원 전원이 참석했다. 기념식 이후 저우언라이를 재평가하는 학술좌담회, 음악회가 열리고 기념우표도 발행됐다.

시 주석은 기념 연설에서 저우언라이가 ‘마오쩌둥 동지를 핵심으로 한 1세대 지도부’로서 “당의 통일 단결과 마오쩌둥의 영수 지위 옹호를 스스로 깨달아 당의 단결에 이롭지 않은 언행을 결연히 반대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또 저우언라이가 “시종일관 당에 절대적으로 충성하며 당내 단결과 정치대세를 옹호하는 것을 준칙으로 삼았다”고 평가했다. 이는 저우언라이처럼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에 절대 충성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 주석의 종신집권을 가능케 한 개헌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직위와 권력에 집착하고 사상 통제를 하는 게 불안감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싱가포르 칼럼리스트 퍼싱훼이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칼럼에서 “류샤오치는 1966년 국가주석직에 있을 때 숙청돼 복역 중 사망했다”며 “반면 덩샤오핑은 공산당 총서기직을 후야오방이나 자오쯔양에게 넘겨주고도 실권을 행사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이름 뒤에 10여개 직위를 보유한 ‘모든 것의 주석’이란 별칭을 얻고 있다”며 이는 초조함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공안당국은 최근 양회 기간 베이징 대학가 카페와 피자집에도 외국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등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대학가인 우다커우의 한 피자집에는 “지방 정부 당국 요청으로 3월 22일까지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에 외국인은 한 번에 최대 10명만 들어올 수 있다”는 공지를 했다. 근처 카페에도 비슷한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가게 직원은 “경찰이 양회 직전에 이런 요구를 한 뒤 정기적으로 찾아와 점검하고 있다”며 “경찰은 지침을 따르지 않으면 가게가 문 닫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털어놨다. 다른 가게 점원은 “매일 밤 경찰관들이 순찰을 하고, 식당과 거리에는 경찰서와 연결된 감시 카메라가 어디에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