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좋아지는데 가입자 줄어드는… ‘ISA 수수께끼’

입력 2018-03-14 05:05

‘시즌2’를 맞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수익률 개선, 세제혜택 확대에도 불구하고 가입자 수가 여전히 감소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가입 대상 확대 등 추가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월 말 기준 ISA 가입자 수(계좌 수)가 210만5300명으로 전월보다 5.9% 줄었다고 13일 밝혔다.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에도 ISA 가입자 수는 감소세를 이어갔다. 정부가 2016년 ‘서민 재산 증식’을 목표로 내놓은 ISA는 예·적금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담는 상품으로, 계좌 수익 중 일부가 면세혜택을 받는다.

앞서 금융권은 ISA가 올해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정부가 지난해 말 비과세 한도를 기존 200만원·25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높였기 때문이다. 또 ISA 가입기간에 돈을 중도인출해도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도록 개선했다. ISA의 문제로 지적됐던 수익률도 최근 깜짝 성적표를 내놓았다. 1월 말 기준 운용 3개월이 넘은 일임형 ISA의 누적수익률은 평균 11.8%로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ISA 가입자 수가 하락세를 그려온 이유로는 가입 대상 제한이 꼽힌다. ISA는 소득이 있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지만 은퇴자나 주부 등 소득이 없는 사람은 가입할 수 없다. 박상철 금융투자협회 WM지원부 부장은 “ISA 가입자 중엔 노후를 대비하려는 60세 이상이 많다”며 “60대 중엔 무소득자도 많을 텐데 지금의 ISA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말 기준 60세 이상의 가입 액수는 8611억원으로 전체의 약 20%를 차지한다.

여전히 낮은 세제혜택이나 수익률도 ‘ISA 재도약’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김보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ISA 제도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계좌 납입액 중 수익 일부에만 세금을 제해준다”며 “가입자가 아낄 수 있는 금액이 사실상 5년간 30여만원에 그치기 때문에 유인효과가 적다”고 분석했다. 수익률의 경우 금융회사에 운용을 맡기는 일임형은 최근 좋은 성적을 냈지만 가입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신탁형(개인이 상품을 선택)은 그렇지 못하다.

다만 현재의 감소세가 일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부장은 “계좌 수 감소는 소액계좌 중심의 ‘깡통 계좌’가 해지되면서 나타나는 것”이라며 “해외 비과세 펀드가 지난해 말 소멸되면서 ISA가 유일한 세제 상품이 됐기 때문에 곧 관심을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최근 마케팅 효과로 지난달 ISA 가입자 수가 1월보다 30% 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ISA 가입 대상을 확대하고 올해 말 종료 예정이었던 ISA 가입기간을 연장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ISA 제도 변경을 위한 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인데 국회를 통과하려면 올해 말쯤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