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마디에… 퀄컴 매각 무산

입력 2018-03-13 18:54
싱가포르계 브로드컴이 미국 퀄컴을 흡수하려던 사상 최대 반도체 인수·합병(M&A)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동으로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국가 안보를 이유로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퀄컴의 피인수를 금지한다”며 “직간접적으로 미국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어떠한 인수·합병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브로드컴이 퀄컴을 차지하면 미국의 국가안보를 손상시킬 수 있는 위협을 가하리라고 볼 만한 증거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반도체·통신 영역에도 적용된 사례다. 앞서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브로드컴의 인수가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에 관한 퀄컴의 지배적 지위를 약화시켜 중국 화웨이의 시장 지배를 허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CFIUS는 지난 6일로 예정돼 있던 퀄컴 주주총회를 한 달 뒤로 연기토록 하고,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가 미국 국가안보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해 왔다.

브로드컴은 지난 4개월간 퀄컴 인수 작업을 벌여 왔다. 이들이 제시한 인수가격은 1420억 달러(약 151조5850억원)다. 반도체업계 M&A 사상 최고 금액이다.

말레이시아계 미국인 호크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싱가포르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했었다. 외국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의도였다. 이날 트럼프의 금지명령이 나오기 전 브로드컴은 본사를 다음 달 3일까지 미국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