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위원회, ‘일’이 없어졌다… 업무 이관에 사령탑 공석

입력 2018-03-14 05:01

정책조율·정책 발굴 등 정부 초기엔 컨트롤타워 役
이후 일자리委 이름은 실종… 내일 발표 ‘청년일자리대책’ 기재부 주도
노사정위 가동땐 역할 없어… 이용섭 부위원장 후임도 미정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일자리정책에서 일자리위원회(이하 일자리위)의 존재감이 지워지고 있다. 일자리 창출에 사활을 건 문재인정부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일자리위는 유관 부처에 기능을 속속 내주고 있다. 사령탑인 부위원장 공석 상황도 장기화되고 있어 사실상 ‘명패’뿐인 위원회로 전락하고 있다. 업무 중복 등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해 일자리위의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자리위 설립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후 가장 먼저 내린 업무지시였다. 일자리정책을 국정과제 최우선순위로 삼겠다는 메시지를 던짐과 동시에 신설된 일자리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였다. 일자리위는 정부 초기 일자리정책을 주도하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왔다. 지난해 10월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을 발표했고,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을 함께 제시했다. 두 달 뒤에는 과학기술·ICT 기반 일자리창출 방안 마련도 주도했다. 부처 간 정책조율과 민간영역 의견수렴, 장기비전 제시, 정책 발굴, 집행관리 역할까지 도맡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후 일자리위의 이름은 실종됐다. 15일 정부가 발표하는 청년일자리대책은 기획재정부가 주도하고, 고용노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들이 정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일자리위는 부랴부랴 청년일자리대책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지만 TF 내에서 논의는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3일 “이번 정부 초창기 일자리대책 입안은 일자리위에서 대부분 끌고 갔었지만 최근에는 그 기능이 다른 부처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 비전 제시 역할은 청와대 일자리수석실에서 맡고 있고, 부처 간 정책조율 기능은 기재부가 가져갔다. 정책을 발굴하는 작업은 문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받은 이후 관계부처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경영계와 노동계 접촉 등 민간부문 의견수렴 역할이 남았지만 노사정위원회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하면 남은 기능마저 넘어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일자리위의 위상·기능 약화는 부위원장 공석사태의 장기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용섭 전 부위원장은 지난달 7일 광주시장 선거출마를 선언하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 달 넘게 공백이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이 전 부위원장의 후임을 임명하지 못하고 있다. 장관급인 부위원장 자리가 계속 비어있다 보니 각종 일자리대책 마련과정에서 일자리위가 배제·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푸념도 들린다.

일자리정책 관련 기관의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일자리위의 기능만 분산되면서 오히려 비효율만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일자리위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 상황이 지속된다면 유관기관의 업무 중복 등으로 유사한 회의만 늘어나고 한시가 급한 일자리대책 마련이 늘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