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채용비리는 적폐” 고강도 조사 부담 탓인 듯
치고받는 금감원·하나금융… 김정태 회장 3연임 마찰
채용비리 싸고 또 충돌… “금감원, 하나금융 겨눌 것”
금융감독원과 하나금융지주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최흥식 (사진) 금융감독원장의 전격 사퇴로 금융 당국과 하나금융의 충돌은 2라운드에 돌입하게 됐다. 금융권에선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으로 최 원장이 물러난 것을 계기로 하나금융을 겨눈 금감원의 칼끝은 오히려 더 날카로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 당국과 하나금융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둘러싸고 지난해부터 마찰을 빚어왔다. 최 원장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부터 사실상 김 회장의 3연임을 겨냥해 “문제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 1월 하나금융에 차기 회장 선임절차를 보류하라고 제동을 걸기도 했다. 하나금융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그 뒤 금감원은 하나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의 채용비리 사건을 발표했다. 하나은행이 2016년 신규 채용 때 청탁받은 6명을 특혜 채용했다는 게 핵심이다. 하나금융은 채용비리는 없었다고 정면 반박했다. 최 원장은 하나금융과의 잇따른 마찰을 두고 “그 사람들이 (감독 당국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갈등은 지난 9일 최 원장의 채용비리 관여 의혹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최 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대학 동기 자녀를 추천하고 인사 담당자에게 합격 여부를 알려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원장은 “지원 사실만 전했을 뿐”이라며 위법성을 강력 부인했다. 금감원 특별검사단을 꾸려 조사하게 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채용비리를 중대 적폐로 규정하고 고강도 조사를 벌이는 상황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내부 채용비리에 이어 수장까지 잃게 된 금감원 직원들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금융권에선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은 금감원의 대응에 주목한다. 최 원장 사퇴에도 금감원이 자체 특별검사단을 예정대로 운영하겠다고 밝힌 점도 ‘전운(戰雲)’을 감돌게 한다. 금감원은 신임 감사인 김우찬 전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중심으로 독립된 검사단을 꾸릴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장을 잃은 금감원의 은행 검사역들은 벼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조사권이 없는 금감원은 하나금융이 제공하는 채용 관련 자료에만 접근할 수 있었던 상황이다. 하지만 향후 대응 강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부 간부들은 저녁약속을 취소하고 비상대기에 들어갔다. 금융권에선 이번 폭로가 하나금융 김 회장 측에서 나왔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하나금융 측은 현재로선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나성원 우성규 기자 naa@kmib.co.kr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넌 금감원·하나금융… 2R 예고
입력 2018-03-13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