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北·美 대화 지지” 정의용 “한국 방문 요청”

입력 2018-03-12 18:37 수정 2018-03-12 21:49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1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악수하고 있다. 정 실장은 시 주석에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설명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AP뉴시스

인민대회당서 35분 면담, 시 “한국 노력으로 큰 진전”
文 대통령“대전환의 길 이번 기회 제대로 살려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면담에서 남북 관계 개선과 북·미 대화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북핵 문제의 핵심 당사국인 중국이 공개 지지를 표명함에 따라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 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시 주석은 1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35분간 정 실장을 면담하고 “중국은 한국의 가까운 이웃으로서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화해 협력이 일관되게 추진되는 점을 적극 지지한다”며 “북·미 대화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노력으로 한반도 정세 전반에 큰 진전이 이뤄지고 북·미 간에 긴밀한 대화가 이뤄지게 된 것을 기쁘게 평가한다”며 “남북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돼 성과가 있기를 기대하고 이를 적극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현재 양국 정상 간 합의사항이 잘 이행되고 있고 중·한 관계도 개선되는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양측은 정치적 소통을 강화하고 전략적 상호 신뢰를 공고히 하며 예민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함으로써 중·한 관계를 안정적이고 건강하게 발전하도록 추진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예민한 문제’라는 표현은 사드(THAAD) 배치 문제를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시 주석에게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국빈 방문했을 때 환대해 준 점에 사의를 표한다”며 “시 주석께서 조기에 국빈으로 한국을 방문해줄 것을 정중히 초청한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시 주석에게 방북 및 방미 결과를 설명하기에 앞서 베이징 댜오위타이(조어대)에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만나 4시간 동안 면담 및 오찬을 함께했다. 양 국무위원은 이 자리에서 “현재 한반도 정세 변화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올바른 궤도로 복귀시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방향과도 맞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시 주석과의 면담 이후에는 왕이 외교부장이 주최한 만찬에도 참석했다.

정 실장은 14∼15일에는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고위 당국자들에게 방북·방미 성과를 설명한다. 일본을 방문 중인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고노 다로 외무상을 만나 한반도 사안을 협의했으며, 13일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면담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가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루려는 것은 지금까지 세계가 성공하지 못했던 대전환의 길”이라며 “결과도 낙관하기 어렵고 과정도 조심스러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남북 공동 번영의 길을 열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마련됐다”며 “이 기회를 제대로 살려내느냐 여부에 한반도의 운명이 걸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야, 보수와 진보, 이념과 진영을 초월해 성공적인 회담이 되도록 국력을 하나로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강준구 기자,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