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반도 비핵화 위해선 중·일·러와의 협력도 중요하다

입력 2018-03-12 17:53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2일 중국을 방문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해 중국 고위 관계자들을 잇따라 만나 북한 및 미국 방문 결과를 설명했다. 정 실장은 이어 러시아로 가 고위 당국자들을 연쇄 접촉한다. 서훈 국정원장은 일본을 찾아 13일 아베 신조 총리를 접견한다. 정 실장 등이 북한과 미국 방문 직후 곧바로 한반도 주변 3국을 방문해 설명 자리를 마련한 것은 시의적절한 외교 행보로 평가된다. 국제사회와의 소통이 미약했던 과거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 때와 차이가 느껴진다.

남·북·미가 비핵화 논의의 핵심 주체이지만 이들 3국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북한이 대화의 문턱까지 온 데는 이들 국가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대북 장악력이 약해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북한의 경제 등 대부분의 분야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시 주석의 국내 위상이 확고해진 만큼 대외적으로 강한 외교를 펼칠 공산이 커 예의주시해야 한다. 러시아의 경우 북한이 요즘 들어 중국보다 더 애착을 갖고 있다. 일본은 비핵화 합의 이후 이행과 검증, 경제 지원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맡을 국가다. 정상회담 이후 다자회담 틀을 위해서도 이들 국가의 협조는 필수다. 남·북·미가 비핵화의 큰 그림을 그리더라도 주변국의 적극적 협조 없이는 순조로운 합의 진행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은 국제사회의 조그마한 변수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주변국들이 국익에 침해된다고 판단할 경우 더욱 그러하다. 중국과 일본에서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패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주변국들의 국익 셈법을 놓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소통 기회를 늘리면서 설득에 나서야 한다. 한반도 상황 변화가 그들 국가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확신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비핵화에 대한 각국의 전략적 이해를 사전에 조율함으로써 과거 6자회담 때처럼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재연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두 개의 정상회담을 같이 준비해야 하는 한·미 간에 먼저 손발이 맞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 “앞으로의 두 달에 한반도의 운명이 걸려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전례 없는 입체적 외교력을 발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