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침묵하며 ‘로 키 모드’ 왜?

입력 2018-03-13 05:05

북한이 4월 말 개최될 남북 정상회담과 5월 중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로 키’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관영매체를 동원해 대대적인 사상 교양 강조에 나서고 있다. 주민들의 동요를 사전에 차단하고, 대화의 판이 깨졌을 경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노동신문과 우리민족끼리를 비롯한 모든 북한 매체들은 12일 현재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된 소식을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역시 지난 10일 홈페이지에 ‘분단의 주범인 미국이 일삼아온 북침전쟁 소동에 영원한 종지부를 찍는 평화 담판이 시작되려고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가 바로 삭제했다. 북한 주민들에게 당의 입장 변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는 대신 주민들에게 반미 사상을 부추기는 사상교양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이날 ‘백두의 혁명정신, 백두의 칼바람정신으로 최후 승리의 진격로를 열어나가자’는 1면 사설에서 “온 나라에 백두의 혁명정신, 백두의 칼바람정신이 세차게 나래 치도록 하기 위한 사상공세를 맹렬하게 벌려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제와 그 추종세력들은 제재압살 책동을 극대화하고 무모한 핵전쟁 도발책동에 매달리며 최후발악하고 있다”며 “새 세대들을 진짜배기 혁명가들로 튼튼히 준비시킴으로써 그들이 백두의 혈통, 충실성의 전통을 꿋꿋이 이어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 당국의 공식 반응은 아직 없다”며 “북한 차원에서 입장 정리에 시간도 필요하고,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일단 몸을 낮춰야 회담이 깨졌을 경우에도 책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회담 내용을 주민에게 갑자기 공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사상교양을 통해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