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변, 전문직 여성 성폭력 피해 첫 전수조사

입력 2018-03-12 18:54

변호사·의사·회계사·기자 등 6개월간 성범죄 피해 사례 수집
광주시, 광역자치단체 처음 여성인권보호관 제도 운영


한국여성변호사회(여변)가 전문직 여성들을 상대로 성폭력 피해 실태 조사에 나선다. 전문직 여성의 성폭력 피해 사례를 전수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변은 여성가족부와 함께 변호사, 의사, 회계사, 기자 등 전문직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범죄 피해 사례를 수집한다고 12일 밝혔다. 한국여자의사회, 한국여성공인회계사회, 한국여기자협회가 전수조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실태조사는 서지현 검사가 지난 1월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한 게 계기가 됐다. 여변은 약 6개월 동안 피해사례를 수집한 뒤, 분석 보고서 작성 및 심포지엄 개최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른 직군의 단체들이 참여할 경우 조사 범위가 확대될 수도 있다. 현재 여가부 공모사업 형태로 준비 단계에 있지만 여가부 측은 ‘미투(#Metoo) 운동’이 정치권까지 확대되는 등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별도의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심 중이다. 여변 측은 “서 검사의 폭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회적으로 자기방어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전문직 여성들도 성폭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이들의 성폭력 피해 실태가 어떠한지 알아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여변과 여가부는 중장기적으로는 피해사례 조사에 집중하고, 단기적으로는 ‘미투’ 피해자들의 법률지원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우선 공공기관부터 점진적으로 각 사업장 내부위원회에 외부위원을 참여시켜 징계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한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죄와 관련해 입법적 보완도 추진한다. 폭행·협박을 동반하지 않는 죄의 특성상 어디까지가 저항할 수 없는 상황인지 등 명확한 법적 기준을 세울 계획이다.

한편 광주시는 전국 광역지자체 중 최초로 성폭력 등 여성 인권침해와 여성차별 사건에 대해 상담과 조사를 전담하는 여성인권보호관을 두기로 했다. 여성인권보호관은 공직자와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성차별·성희롱 등의 고충에 관해 상담과 조사, 서비스를 상시 지원한다.

이가현 기자, 광주=장선욱 기자 hyun@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