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선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가 원톱 케인 부상 후 그 자리 맡아
팀 역전승 일등공신 MOM 뽑혀… 시즌 18호 최근 4경기서 7골
전반 29분이었다. 토트넘 홋스퍼의 원톱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이 상대 문전에서 슈팅을 시도하다 골키퍼와 충돌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케인을 불러들이고 또 다른 원톱 페르난도 요렌테 대신 미드필더 에릭 라멜라를 투입했다. 그리고 왼쪽 윙어 손흥민을 최전방으로 올렸다.
원톱 손흥민은 멀티골을 터뜨리며 케인의 공백을 깔끔하게 메웠다. 완벽한 공격수로 진화한 손흥민은 토트넘과 ‘신태용호’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손흥민은 12일(한국시간) 영국 본머스의 바이탈리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본머스와의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0라운드 원정경기에서 두 골을 넣어 팀의 4대 1 역전승을 이끌었다.
2선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가 케인의 부상 이후 원톱으로 나선 손흥민은 1-1이던 후반 17분 델리 알리가 왼쪽에서 올려준 패스를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해 역전골을 뽑아냈다. 후반 42분엔 역습 상황에서 상대 진영을 단독 돌파한 후 골키퍼를 제치고 리그 12호 골이자 시즌 18호 골을 넣었다.
영국의 축구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양 팀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 9.1점을 부여하며 그를 경기 최우수 선수(MOM)로 선정했다.
손흥민은 1일 로치데일과의 FA컵 16강에서 2골, 4일 허더즈필드와의 리그 홈경기에서 2골, 8일 유벤투스(이탈리아)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6강에서 1골을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케인이 침묵한 지난 4경기에서 손흥민은 무려 7골을 몰아쳤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손흥민은 완전체로 거듭나고 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 위원은 올 시즌 손흥민의 변화에 대해 “지난 시즌 볼이 없는 상황에서의 움직임이 좋아졌는데, 이번 시즌엔 볼을 가진 상황에서의 움직임도 좋아졌다. 특히 드리블과 탈압박 능력이 향상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과거에는 볼을 잡았을 때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는데, 최근엔 볼을 잡았을 때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심리가 안정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예전에 다친 오른쪽 발목 부위를 또 다친 케인은 장기 부상이 유력한 상황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대안을 찾아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놀라운 골 결정력을 펼쳐 보이는 손흥민 외에는 다른 수가 보이지 않는다.
몇 차례 원톱에 나선 바 있는 손흥민은 이 역할에서도 진화하고 있다. 손흥민은 과거 원톱으로 뛰었을 때 제로톱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본머스전에선 달랐다. 토트넘의 공격 전개 때마다 중심에 섰다. 적극적인 돌파와 연계 플레이로 공간을 만들어 냈다. 다만 손흥민이 앞으로 원톱으로 계속 뛸 경우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기에 부상 방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손흥민은 경기 후 토트넘의 공식 홈페이지 ‘스퍼스 TV’와의 인터뷰에서 “내 미소가 돌아왔다. 실망스러운 경기 이후 더 강하게 돌아오는 게 강팀이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 8일 유벤투스와의 UCL 16강 2차전에서 골을 넣고도 패해 눈물을 흘린 것을 떠올린 것이다.
이날 신태용호의 유럽 원정 명단에 이름을 올린 그는 “나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스퍼스(소속팀)와 조국을 위해서 골을 넣는다. 그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은 “손흥민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지금의 좋은 페이스로 시즌을 마쳐 월드컵에서도 맹활약하는 것”이라며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철저하게 파악해 A매치에서도 자신의 장점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원톱에 ‘손’ 쓰니 대박… 토트넘의 ‘손흥민 방정식’
입력 2018-03-13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