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中·러·日 정상과 만남… 특사의 ‘강행군 10일’

입력 2018-03-11 22:27
북한 방문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 실장은 12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뒤 13일 러시아 모스크바로 향한다. 서 원장은 12일 일본을 방문한다. 뉴시스

정의용 안보실장·서훈 국정원장 한국 외교사에 전례 없는 일정
靑 “순방 일정 너무 빡빡” 걱정… 72세 鄭 실장 “건강에 문제 없다”


정의용(72)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64) 국가정보원장이 한반도 주변 강대국을 순방 중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 핵심 국가들의 수장을 전부 만나는 일정이다. 한국 외교사에 전례가 없는 10일간의 전 세계 유세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고령인 정 실장의 순방 일정이 너무 빡빡하다”는 걱정들이 나왔지만 정 실장은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는 뜻을 보였다고 한다.

두 사람은 지난 5일 북한을 방문해 대한민국 정부 인사로는 최초로 김정은 위원장을 면담했다. 남측 당국자에게 처음으로 평양 조선노동당 본부가 공개됐고, 만찬에는 김 위원장의 부인 이설주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최고위층이 총출동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비핵화를 약속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특별 메시지도 전달했다.

6일 귀환한 이들은 8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및 고위급 각료들과 면담하고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앞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응하겠다는 역사적인 결정을 내렸다. 실현 가능성이 희박했던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의 꿈이 마침내 극적 반전을 맞은 시점이었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11일 오후 귀국 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방미 결과를 보고했다. 문 대통령도 이들의 노고를 격려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12일부터 각자의 순방길에 오른다. 정 실장은 15일까지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한다. 정 실장은 시진핑 주석을 직접 만나 북·미 대화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호소할 예정이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북한을 지원해 왔고,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가장 큰 나라였다. 하지만 북한이 직접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에 나서면서 중국의 역할이 축소될 수도 있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정 실장은 시진핑 주석에게 북한 방문과 미국 방문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서 원장은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함께 13일까지 일본을 방문하고, 아베 총리를 면담한다. 일본은 5월 북·미 정상회담 소식에 가장 당황해하고 있는 나라로 평가된다. 대북 한·미·일 공조를 강조해 왔지만 대북 특사단이 전격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면서 ‘재팬 패싱’ 우려가 내부에서 불거지고 있다. 일본의 불만을 잠재우고 협조를 이끌어내는 게 서 원장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핵 문제보다 더 큰 안보 문제는 없다”며 “두 사람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몰아내기 위한 험난한 길을 숨고를 새 없이 달려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