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신문들은 북·미 정상회담이 졸속으로 결정됐다고 지적하며 북핵 협상 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 ‘도널드 트럼프와 북한: 이 얼마나 완벽한 엉망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대통령이 복잡한 국가안보 이슈에서 제대로 된 정보나 준비 없이 김정은의 테이블 맞은편에 앉는다는 사실이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NYT는 지난 몇 달간 외교적 전략을 짜온 북한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제재 강화와 전쟁 계획에 초점을 맞췄을 뿐 회담 준비는 거의 해오지 않은 사실을 꼬집었다. 신문은 백악관과 국무부 간에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은퇴와 주한 미국대사 공석으로 미 정부에 북한과의 협상을 주도할 만한 전문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이례적 정상회담은 극적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성공적이겠지만 실패로 붕괴할 수도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위험 부담이 매우 큰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설에서 “비핵화 검증 수단 등 백악관이 필요조건으로 언급했던 (북한의 행동이) 전혀 맞교환되지 않은 상태에서 독재자에게 상을 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WP는 트럼프 행정부에 앞으로 몇 주 동안 북한과 예비회담을 하고 미국의 기대치를 북한에 명확히 전달하라고 요구하면서 “그(트럼프)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눈 감고 걸어가 독재자와 마주 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놀라운 비핵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미국과 세계 질서의 전략적 패배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WSJ은 핵보유국 인정, 한반도 미군 철수 같은 북한의 목표가 바뀌었다는 근거가 없다며 “김정은은 선친(김정일)의 각본을 빌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과거 북한이 해왔던 방식으로 행동할 때 회담에서 빠져나올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영국 BBC방송은 “회담이 잘 돼 북핵 위협이 줄어든다면 문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을 수 있지만, 그 반대일 경우 위기에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NYT “북미회담, 트럼프에겐 도박”… 美언론 ‘신중’ 주문
입력 2018-03-12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