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포괄적 평화체제 논의’→북미 ‘비핵화 합의’… 힘받는 2단계 구상

입력 2018-03-12 05:00

한 달 간격으로 열리게 될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는 당초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의제로 올리기 어렵다는 입장이었지만 5월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포괄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의지를 확인한 뒤 북·미 정상회담에서 세부적인 비핵화 합의가 이뤄지는 2단계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주 초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간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청와대는 11일 준비위 발족을 위한 1차 사전협의를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 협의 개최를 북측과 논의할 계획”이라며 “장관급 이상 고위급 회담으로 할지, 실무 회담을 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 정상회담 의제를 비롯한 제반 준비는 준비위에서 총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및 고위 각료들을 만난 뒤 귀국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미국과의 협의 내용을 보고받았다.

청와대는 이를 바탕으로 기존에 구상했던 남북 정상회담 의제 등 후속 조치를 원점 재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뜻을 밝힌 만큼 향후 대응도 새로운 프로세스를 구상해야 한다”고 전했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 잇달아 개최되는 만큼 평화체제 의사 타진→비핵화 합의로 이어지는 2단계 구상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와 포괄적인 남북 협력 사업 강화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비핵화 문제는 남북 사이에서만 결정짓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예고되지 않았다면 모르지만 지금은 단계적으로 틀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신 정부는 남·북·미 간 유기적인 협상을 통해 5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구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가 미국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상황인 만큼 북·미가 핵동결·핵폐기 로드맵에 합의할 수 있도록 정부가 견인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개성공단 재개 등 경협 문제를 남북 정상회담 의제에 올리고, 이에 대한 제재 해제 문제를 북·미 정상회담 의제로 연계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달 초 정부 요청에 따라 여행 금지와 자산 동결 제제 대상이었던 최휘 북한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의 방남을 허가하기 위해 일시적인 ‘제재 면제’를 승인하기도 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밝힌 문 대통령 입장에서도 남북 경협 재개는 서두를 필요가 있는 사안이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핵 동결을 약속한 만큼 정상회담에서는 조금 더 진전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남북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 구축 문제가 전제조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처음으로 북한과 정상회담을 갖기 때문에 의제보다는 만남 자체의 의미가 더 큰 상황”이라며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평화 구축 프로세스, 남북 관계 개선이라는 세 가지 문제가 동시에 다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준구 박세환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