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러 돌발 변수 없게
갑작스러운 진전에 충격 받은 3국 동참시키는 것이 급선무
방북·방미 결과 설명하고 북·미 대화 협조 요청할 듯
북·미 메시지 오독 없게
2002년 2차 북핵 위기 당시 북·미 간 오독 문제로 아슬아슬
트럼프·김정은 독특한 캐릭터… 오해 없도록 ‘통역’에 힘쓸 듯
4월 말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예고되면서 한반도에 예측을 불허하는 두 달간의 외교전이 펼쳐진다. 전례 없는 정상 외교의 파고 속에서 청와대와 정부는 변수를 제거하고 북·미 정상 간 진의를 전달하는 이른바 ‘메시지 통역’에 공을 들일 예정이다.
청와대는 어렵게 마련된 북·미 대화의 불씨를 이어가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돌입했다. 외부적으로는 갑작스러운 북·미 대화 진전에 충격을 받은 중국 일본 러시아를 동참시키는 게 급선무다. 미국을 방문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중국과 러시아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일본 방문을 위해 12일 출국한다. 정 실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서 원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직접 만나 사실상 특사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정 실장은 블리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면담 일정도 조율 중이다.
정 실장은 11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성원 덕분에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도 성사될 것 같다”며 “한반도 비핵화 목표의 조기 달성,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용기 있는 결단도 높이 평가한다”며 “일본, 중국, 러시아에 방북·방미 협의 결과를 설명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긴밀한 공조 방안을 협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모두 북핵 6자회담 당사국으로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일본은 북핵 문제에서 자신들이 제외되는 이른바 ‘재팬 패싱’을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도 북한에 대한 의심을 내려놓고, 같이 협력해 동북아 평화체제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관련국 정상에게 협조를 구할 가능성도 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관련국에 직접 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사이에 한·미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북·미 간 메시지 오독(誤讀)을 막는 것도 정부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002년 2차 북핵 위기 당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와 강석주 북한 외무성 부상 간의 협상에서도 오독의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강 부상의 “그(핵실험)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다”는 발언이 화제가 됐다. 켈리 차관보는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핵 개발을 시인했다”고 발표했고, 북한은 “미국이 오해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강 부상의 발언은 ‘우리가 이렇게 화가 났다’는 뜻에 가까웠지만 미국은 텍스트 그대로 해석하는 데 치중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독특한 캐릭터도 정부가 메시지 통역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예측불가의 상황이 펼쳐질 텐데 북·미의 메시지를 오해의 소지 없이 전달하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다각도의 시나리오를 꼼꼼히 점검해 차분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4월부터는 두 번의 정상회담을 위한 동시다발적 남·북·미 3각 실무접촉도 시작될 전망이다. 남북 간에는 고위·실무급 회담이 판문점에서, 북·미 간에는 뉴욕 채널과 정보 채널도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전반의 상황이 복잡하게 논의되는 만큼 한번이라도 삐끗하면 전체 판이 깨지는 살얼음판 회동이 이어질 전망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판 깨지지 않도록… 靑, 두 달간의 살얼음판 외교전
입력 2018-03-1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