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만족시킨 김정은 ‘특별메시지’… ‘주한미군 주둔 용인’ 전한 듯

입력 2018-03-12 05:01
서울의 한 지하철역 가판대에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보도한 영자신문들이 놓여 있다. AP뉴시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한 ‘특별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남북은 물론 미국도 함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한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대미(對美) 제안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북·미 대화를 여는 대신 주한미군 주둔을 용인하겠다’는 뜻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한미군은 북한은 물론 중국도 민감하게 여겨오던 사안이다. 북한이 중국의 반발까지 감안해 비밀 메시지 형태로 이런 의사를 미국에 전했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11일 “김 위원장의 특별 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카드였을 것”이라며 “큰 틀에서는 주한미군 용인이 현실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그동안 미국 내에서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나서기 전에 부담을 더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대외관계 개선 필요성을 느낄 때마다 주한미군 용인 언급을 내놨다. 김일성 주석 시절인 1992년 당시 김용순 노동당 국제담당비서는 아널드 캔터 미 국무부 정무차관과의 회담에서 ‘조건부 주한미군 주둔 용인’ 의사를 밝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부 장관에게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북한은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사상 초유의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과의 협력을 적극 타진하던 때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런 선례를 염두에 두고 주한미군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 및 북한 주민 인권 개선 등을 제시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비핵화 대가로 평화협정 체결과 대외관계 정상화, 북·미, 북·일 수교 등을 통한 ‘정상국가’ 수립을 장기적 목표로 삼을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코피 작전’과 선제타격 등 군사적 위협과 상호 비방 중단,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미국이 원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까지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조건을 붙이기보다는 ‘비핵화 의지는 분명하나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전 보장이 있어야 한다. 평화 조성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비핵화 의사 표명과 북·미 대화 등 전향적 카드를 잇달아 내놓으면서도 그 반대급부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아무런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미국에) 여러 제안을 하면서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않은 점은 특기할 만하다. 종전의 태도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