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꼴찌 후보’ DB, 우승 헹가래

입력 2018-03-11 22:29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 원주DB 선수들이 11일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이상범 감독을 헹가래하며 환호하고 있다. KBL 제공

최약체로 분류됐던 ‘외인구단’ 원주 DB가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MVP 후보 두경민과 ‘득점 기계’ 디온테 버튼의 활약, 은퇴를 선언한 김주성의 마지막 분전, ‘노력하는 선수에게 기회를 준다’는 이상범 감독의 리더십이 뭉친 결과다. DB는 “‘원팀’의 성과”라고 자평했다.

DB는 11일 2위 전주 KCC가 서울 삼성에 패하면서 남은 1경기의 결과와 무관하게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DB 선수들은 이날 서울 SK와의 경기에서 패배한 뒤 라커에 모여 KCC와 삼성의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 막판 삼성이 역전하자 DB 선수들은 박수를 쳤다. 1위가 확정된 순간 ‘정규리그 챔피언’이 새겨진 모자와 티셔츠를 입고 관중들 앞에 다시 섰다.

시즌 초반 이러한 장면을 예견한 농구계 인사는 거의 없었다. DB는 개막 이전 6강 플레이오프에 오를 팀들의 예상 목록에도 들지 못했다. 이렇다 할 스타플레이어가 없던 DB는 올 시즌 보수(연봉과 인센티브의 합)마저 10개 구단 중 최하위였다. 지금은 모두가 스타플레이어다.

선수들의 동력은 외인구단이라는 인식이었다. 12명만 앉게 된 벤치에는 나날이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다. 벤치멤버조차 아니었던 선수가 다음 경기의 ‘스타팅’으로 기용되는 경우도 있었다. DB 관계자는 “선수층이 넓어서가 아니라, ‘열심히 하는 선수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이 감독의 약속 때문이었다”고 했다.

지난 시즌 1∼2분만 뛰던 선수들은 이번 시즌에 더욱 많이 뛰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감독은 “출전 시간은 보장한다. 하고 싶은 대로 플레이하라”고 지시했다. 유성호 맹상훈 등 충분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던 선수들이 경기마다 감초 같은 활약을 펼쳤다. 매 경기 끈질긴 승부를 펼친 DB는 이번 시즌 ‘역전의 명수’로 통했다. DB가 승리를 거둔 37경기 중 2쿼터 종료 시점까지 뒤지다 경기 후반 역전한 경기가 14경기다. 26점차 열세를 뒤집었던 지난해 12월 SK와의 경기가 그중 명경기로 회자된다.

이 감독은 이날 1위가 결정된 뒤 자신을 ‘운 좋은 사람’이라 칭하며 “베테랑 김주성과 윤호영이 중심을 잘 잡으며 엄마, 아빠 노릇을 잘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김주성과 윤호영을 3쿼터부터 기용하며 체력과 외곽슛에서 우위를 점하는 역전 시나리오를 자주 썼다. DB 관계자는 “후배들은 고참을 생각해 한 발 더 뛰고, 고참들은 후배를 이끄느라 한 번 더 움직였던 올 시즌이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