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특사단 면담하기 직전에 정보채널로 정상회담 제안 보고 받아
틸러슨 국무에 ‘수용 의사’는 안 밝혀… 매티스·맥매스터는 “우려” 표시
CNN “회담 성사는 文정부의 묘책… 한국은 트럼프 다루는 법을 알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정상회담으로 역사적인 돌파구(historic breakthrough)를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백악관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을 면담하기 직전 같은 날 오전 정보기관 채널을 통해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할 것이라는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전달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북측의 회담 제안을 수용하겠다는 얘기는 틸러슨 장관에게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이 백악관에서 김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 사실을 밝히자 현장에 있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현장에서 우려를 표시했다고 NYT는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즉석에서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수용한 것은 문재인정부의 묘책이라고 평가했다. CNN은 전·현직 미 관리들과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놀라운 결정은 미국 정부의 ‘최대 압박’ 전략의 결과물일 수 있지만, 한국 정부의 민첩한 외교적 묘책들에 의해 촉발됐다”고 보도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국은 맥매스터 보좌관 등 강경파의 군사옵션과 코피 전략(제한적 선제타격) 등 트럼프 행정부 내 잡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상회담 카드를 내민다면 그가 거부할 수 없으리라는 점을 알았다”며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을 다루는 법을 알고 있다”고 CNN에 말했다.
그러면서 CNN은 틸러슨 장관이 오래전 계획된 아프리카 순방 일정에 나서면서 워싱턴을 비운 것을 보면 한국 특사단을 통해 김 위원장이 제안한 정상회담은 너무나 예상 밖이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정상회담을 결정하기에 앞서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 석방 등 아무런 대가를 요구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충동적으로 결정한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상회담은 외교에서 최고의 카드”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것도 얻지 않고 이 카드를 써버리고 많은 협상의 지렛대를 날려버렸다”고 평가했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백악관이 지난 9일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고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논의하면서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동결, 한·미 합동 군사훈련의 용인, 비핵화 행동 등 3가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연기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역사적 돌파구 만들 수 있다”… 김정은의 돌직구
입력 2018-03-12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