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악화일로 ‘3대 업종’… 엎친 데 덮친 ‘3대 리스크’

입력 2018-03-12 05:00

철강·조선·자동차 업종 오랫동안 일자리 줄고 있는데
관세폭탄·구조조정 태풍 직면… 특정지역에 충격 몰려 더 심각

일자리 지표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3·3 일자리 리스크’(3개 업종의 3대 일자리 위험요인) 경고음이 높다. 오랫동안 일자리가 줄고 있는 철강과 조선업계는 미국발(發) 관세 폭탄과 구조조정 태풍에 직면했다. 자동차업계는 한국GM 사태가 어떤 파장을 던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충격은 특정 지역에 집중될 것으로 보여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

고용노동부가 11일 발표한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철강·자동차·조선업계 고용지표는 더욱 나빠졌다. 지난달에 철강이 포함된 1차 금속 제조업 고용자(고용보험에 가입된 피보험자) 수는 11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0.8% 줄었다. 2013년 5월 이후 이어지는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산 저가 제품에 밀리고 세계 철강시장 공급 과잉에 치이고 있다. 최근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키로 해 철강업계의 일자리 사정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 관세 폭탄 때문에 향후 3년간 1만4000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분석했다. 김동연 부총리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는 등 한국 제품 제외 요청을 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자동차업계도 일자리 사정이 좋지 않다. 지난달 고용자 수는 39만7000명으로 지난해 2월보다 0.8% 줄었다. 지난 1월 40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뒤 감소폭이 0.2% 포인트 커졌다.

전문가들은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후폭풍이 본격화되면 고용 감소폭이 한층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군산공장과 연계된 지역 협력업체에 닥칠 파장도 만만찮다. 자동차부품 제조업 일자리 감소폭이 완성차 제조업보다 가파를 수 있다. 자동차부품 제조업의 경우 지난해 12월 1500명 감소에서 2월 4300명으로 감소폭이 확대됐다.

조선업계는 최악의 상황을 거듭하고 있다. 조선업이 포함된 기타운송장비 제조업 고용자는 13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22.1%나 줄었다. 구조조정 여파로 23개월 연속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성동조선 법정관리, STX조선 고강도 구조조정을 결정해 일자리 지표는 앞으로 나빠질 일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업종이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탓에 ‘일자리 충격’이 특정 지역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미 군산을 포함한 전북지역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으로 조선업 일자리가 1년 만에 반토막(-59.6%) 났다. 성동조선이 있는 경남 통영도 비슷한 상황이다. 정부는 군산과 통영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고 24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경제연구원 유환익 혁신성장실장은 “현 상황에서 단기적 지원책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땜질식 처방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