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스캔들 다시 불길… 日 정국 요동

입력 2018-03-12 05:01
사진=AP뉴시스

일본 재무성이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총리의 사학 스캔들과 관련해 문서를 조작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아베 총리 부부와 친분이 있는 모리토모(森友) 학원 측에 국유지를 헐값에 매각한 의혹과 관련해 재무성이 문서를 조작한 뒤 국회에 제출했다는 의혹을 인정하고 12일 의회에 정식으로 보고할 예정이라고 11일 전했다.

아베 정권은 지난해 사학 스캔들로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하며 정권 퇴진론까지 제기됐지만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앞세워 지난 10월 총선에서 승리했다. 한동안 가라앉았던 의혹은 아사히신문이 지난 2일 문서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다시 불붙었다. 문서 원본에 ‘특례적인 사항’ ‘본건의 특수성’ 등 재무성이 모리토모학원을 특별히 배려한 증거가 담긴 문구가 있었지만 재무성이 국회에 제출한 문서에는 이런 내용이 모두 사라졌다는 게 아사히 보도다. 이에 야권은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며 진상 조사를 요구해 왔다.

재무성이 보도 내용에 대한 확인을 거부하자 아사히신문은 지난 9일 후속 보도에서 문서 조작만이 아니라 문서 일부를 아예 뺐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날 마이니치신문도 “자체적으로 문서 조작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급기야 이날 사가와 노부히사 국세청장이 전격 사임을 발표한 데 이어 사가와 청장 밑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직원이 지난 7일 목을 매 자살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모리토모 학원과의 국유지 매매계약 당시 재무성 이재(理財)국장이었던 사가와 청장은 관련 공문을 결재한 인물이다. 지난해 의회에서 사학 스캔들 의혹을 부인했던 그는 최근 국세청장으로 영전했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재무성은 10일 문서 조작 의혹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여전히 사가와 청장이 단독으로 직원에게 조작을 지시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아베 총리나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으로부터 어떤 압력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서 조작이 드러난 상황에서 재무성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 또한 아베 정권 역시 도덕적 치명상을 입었다. 위기감이 커진 자민당에서는 최소한 아소 부총리라도 사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야권은 아예 내각총사퇴를 요구하면서 예산안 심의를 거부하고 국정조사권 발동을 추진하고 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자민당이 단독으로 예산안 처리를 강행할 수 있으나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아베 총리로서는 국정 장악력이 약화된 데다 자민당 내에서 지지율 하락이 예상되면서 올 9월 자민당 총재 3연임 도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