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한 후속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한반도 평화의 분기점이 될 역사적 만남이 당장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만큼 시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11일 귀국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2일 중국·러시아로 출발한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일본으로 향한다. 국내에서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정상회담 준비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했다. 북핵 문제는 한반도 주변국의 핵심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사안이어서 나라 안팎으로 할 일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차분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유리그릇 다루듯 조심하며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5월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약속했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긴 여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벌써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부사적 기질을 탓하는 신중론이 나온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의 구체적 행동을 보겠다”고 했다. 학계에서는 김정은에게 대가도 받지 않고 덜컥 선물을 준 것은 성급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동결, 한·미 연합훈련 용인, 비핵화 행동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백악관은 정상회담을 연기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이런 신중론은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만에 제기되는 게 아니다.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에 이르는 과정이 기술적·실무적으로도 얼마나 까다로운지를 반영하는 것이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는 북한의 완벽한 핵 정보 공개를 전제한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절차를 거쳐 핵물질과 시설을 폐기한 이후에는 상시적인 감시 시스템도 유지해야 한다. 이를 하나씩 합의하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어느 한쪽이라도 생각을 바꾸면 협상은 깨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핵 개발에 나선 뒤 지금까지 미국과 수차례 동결 및 폐기 협상을 벌였지만 성공하지 못한 것은 검증의 방법을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양축으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이루는 것이 목표인 우리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가 바로 이것이다. 게다가 아직 트럼프 행정부의 구체적인 대북 협상의 목표와 방법이 확정되지도 않았다.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누가 대북 협상 책임자로 나서서 북한과 무엇을 주고받을 것인지를 신속하게 확인하고 빈틈없이 조율해야 한다. 작은 의견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협상이 진전되는 각 단계에서 북한의 속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도 우리 몫이다. 이런 것들이 퍼즐 조각 맞추듯 모두 어우러져야 진정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다.
[사설] 이제 겨우 출발선에 선 한반도 비핵화
입력 2018-03-11 1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