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장기간 노사분규로 인한 정신질환 업무상 재해로 판결

입력 2018-03-11 18:42 수정 2018-03-11 22:08
장기간 노사분규로 정신질환을 얻은 근로자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심홍걸 판사는 유성기업이 파업으로 정신질환을 얻은 근로자에 대한 업무상 재해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11일 밝혔다.

유성기업은 2011년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 등을 놓고 노사 간 마찰을 빚다 노조의 파업에 사측이 공장 폐쇄로 대응하면서 심각한 노사 분규가 시작됐다. 노조가 폐쇄된 공장을 점거하자 정부는 공권력을 투입해 이들을 해산시켰다. 유성기업은 이후 직장 폐쇄를 종료하고 노조원들은 회사에 복직했지만 사측은 이 중 27명을 징계해고했다. 해고됐던 이들은 소송 끝에 2013년 복직했다.

이 과정에서 복직자 중 한 명이었던 A씨는 적응장애 진단을 받았고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업무상 재해로 판단했다. 유성기업은 “A씨 질환이 업무 과정이 아닌 불법 노조 활동으로 인해 생긴 것”이라며 공단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오히려 A씨 정신장애에 사측 책임이 있다고 봤다. 심 판사는 “A씨는 사측의 불법적 직장 폐쇄로 2년여 동안 임금을 받지 못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며 “복직 후에도 기존 노조와 회사 측이 세운 노조를 차별대우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사분규 상황의 발생과 지속에는 사측의 잘못이 훨씬 더 크다”며 “A씨가 호소하는 분노감·불안·불면·우울 등 증상은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