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시 하나은행에 친구 아들의 채용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원자는 평가 점수가 합격선에 미치지 못했는데도 채용됐다고 한다.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을 직원으로 채용해 구설에 올랐다. 공공기관과 금융권 채용비리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게 불과 얼마 전이다. 검찰은 강원랜드 등의 채용비리에 연루된 정치인들을 수사하고 있다. 그런데도 특혜라고 의심할 만한 채용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으니 강심장이 따로 없다.
최 원장은 “부탁을 받아 해당 임원에게 알려주기만 했을 뿐 압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며 “결과만 알려 달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최 원장의 변명은 군색하다. 엄연한 채용 절차를 무시하고 뒤로 채용을 부탁하는 게 바로 채용비리다. 사장이 부하 직원에게 지인 아들의 채용 결과를 알려 달라는 게 채용 압력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금감원은 지난 1월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등 국내 은행 5곳에서 22건의 채용비리 정황을 적발해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당시 금감원이 발표한 특혜 채용 유형 중에는 ‘별도 관리 중인 명단에 포함된 지원자에 대해 서류전형 통과 혜택을 줬다’는 것도 포함됐다. 최 원장의 사례가 이와 다를 바 없다. 금융권 채용비리 의혹을 조사하던 금융 당국의 수장이 특혜 채용 의혹에 연루됐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검찰은 최 원장의 채용비리 의혹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도로공사의 국회전문가(대외협력관) ‘원 포인트’ 채용도 상식을 벗어난다. 도로공사는 지난달 초 채용 공고를 하며 ‘국회 보좌진 경력 7년 이상’의 조건을 달아 3명의 응모자 중 7년 9개월 동안 이 사장 비서관으로 일한 유모씨를 채용했다. 공사 측은 채용 공고를 내고 외부 심사를 거쳐 공개 채용했다고 하지만 측근을 앉히기 위한 요식 절차라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옛말에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했다. 채용비리는 일자리가 없어 고통받는 청년들을 좌절하게 하는 범죄이자 공정사회를 지향하는 문재인정부의 통치철학에도 반하는 행위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채용비리 의혹을 반드시 엄단해야 하는 이유다.
[사설] 금감원장과 도로공사 사장의 석연찮은 채용비리 의혹
입력 2018-03-11 1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