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강경진압 명령을 거부한 고 안병하(사진) 경무관의 ‘치안감 추서식’이 1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렸다.
1979년 전남경찰국장(현 전남경찰청장)에 부임한 안 치안감은 이듬해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자 시위대에 발포하라는 전두환 신군부의 지시에 불복했다. 경찰이 소지한 무기를 회수하고 과잉진압을 금지했으며 시위대 치료와 음식 제공 등 편의도 제공했다.
명령 불이행을 이유로 보안사령부에 연행돼 갖은 고초를 겪은 안 치안감은 면직된 뒤 고문 후유증으로 투병하다 1988년 10월 순직했다. 정부는 안 치안감이 ‘시민 보호’라는 경찰의 정신을 끝까지 지켜냈다고 평가하고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서 치안감으로 특진을 추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뒤늦게나마 치안감 추서가 이뤄져 기쁘다”며 “시민들을 적으로 돌린 잔혹한 시절이었지만 안 치안감으로 인해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유족과 경찰유가족회 등이 주최한 추서식에는 경찰청 간부와 간부후보 교육생 등이 참석해 고인의 뜻을 기리며 추모했다. 이상로 경무인사기획관은 “국민 생명 보호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행동한 고인의 숭고한 뜻을 이어받아 참다운 시민의 공복이자 인권민주경찰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1928년 강원도 양양에서 태어난 안 치안감은 1949년 육군사관학교 8기로 임관했다. 6·25전쟁 당시 육군 6사단 포병대 중위였던 그는 정찰 임무 수행 중 적의 정확한 위치를 무선으로 알려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전쟁 초기 우리 군이 강원도 춘천 일대에서 북한군에 대승을 거둔 ‘춘천대첩’에서 큰 공을 세운 그는 1951년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안 치안감은 1961년 군복을 벗고 경찰에 들어가 부산 중부경찰서장, 서울 서대문경찰서장 등을 역임했다. 1968년에는 남파 간첩선을 타고 침투한 북한 무장공비를 소탕한 공로로 중앙정보부장 표창과 녹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5·18 ‘숨은 영웅’ 안병하 경찰국장 30년만에 치안감 추서
입력 2018-03-12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