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서 두 다리 절단… ‘네이비 실’ 전 소대장의 승전보

입력 2018-03-12 05:02
‘네이비 실’ 출신 다니엘 크노슨(미국)이 지난 10일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평창패럴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7.5㎞ 경기에서 역주하고 있다. AP뉴시스

“소치패럴림픽에서 경기할 때는 TV 화면과 아나운서가 제게 오게 했었죠. 하지만 오늘은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했습니다.” 지난 10일 평창패럴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7.5㎞ 좌식에서 신의현 등을 꺾고 압도적인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미국의 다니엘 크노슨은 이같이 말했다. “전광판을 확인할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결과가 기분 좋았습니다.” 크노슨은 11일 크로스컨트리 남자 15㎞ 좌식에서도 은메달을 따냈다.

크노슨은 2009년 아프가니스탄 칸다히르에 있던 군인이었다. 미 해군사관학교를 나와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 실’ 소속으로 복무 중이었다. 20명의 소대를 이끌며 임무를 수행하던 어느날 급조폭발물(IED) 공격을 받았다. 8일간 의식을 잃은 뒤 깨어나 보니 미 베데스다 해군병원이었다고 한다. 두 다리는 무릎 아래가 없었다. ‘다시 걸을 수 있을까, 다시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40차례의 크고 작은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보다 멋진 직업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군인 생활이었지만, 부상 이후엔 어린아이처럼 모든 생존의 기술을 새로 익혀야 했다. 그는 그저 술을 마시고 싶고, 먹고 싶고, 침대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휠체어를 탄 뒤에는 “휠체어가 없는 채로 달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1년 뒤 크노슨은 의족을 한 채로 쉬지 않고 1마일(1.6㎞)을 달리는 데 성공했다. 사람들이 고개를 젓던 일들을 하나하나 이루면서 크노슨은 용기를 되찾았다. 2011년에는 뉴욕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 참가, 달리기와 핸드사이클을 반복하며 2시간38분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그는 “내 정체성은 훈련, 신체적 능력, 인내, 그리고 정신적 용기였다”며 “이것들이 부상 이후 의지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고 말했다.

크노슨은 소치패럴림픽을 목표로 새로이 좌식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배웠다. 장애가 없는 몸으로도 하기 힘든 운동이었지만, 고되다는 점은 크노슨에게 매력이었다. 그는 “크로스컨트리는 매일 훈련해야 하는 매우 힘든 스포츠”라며 “그것이 내가 끌린 이유”라고 했다.

크노슨은 미 백악관에 2010년과 2014년, 2차례 초대된 경험이 있다. 2010년은 군인 지도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만찬이었다. 크노슨은 2014년 소치패럴림픽 노르딕스키에 미국 대표로 참가한 뒤 백악관으로부터 다시 초청받았다. 그의 옆자리에 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깊은 감명을 표했다. 당시 미셸 여사는 “나는 그의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고 했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