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 관세폭탄 한 손엔 FTA… 트럼프식 협박 전술

입력 2018-03-10 05:05

캐나다·멕시코 일단 적용 제외 NAFTA 타결, 조건으로 내걸어… 재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
FTA 협상 중인 동맹 한국은 포함… 소폭 개정 협상이란 점 고려한 듯
우리 정부, 행정명령 효력 전까지 관세 면제 위한 막판 설득 총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산 철강재에 25% 관세를 일괄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도 캐나다와 멕시코는 제외하고, 동맹국인 한국을 포함시킨 것은 ‘고도의 압박 전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철강재 관세 부과를 잠정 면제하면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협상 진전 상황에 따라 최종 결정하겠다는 전제를 달았다. 이와 관련해 무역협회 제현정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나프타 협상을 최대한 빨리 끝내기 위한 지렛대로 철강 관세 부과안에 사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미국의 협상 기술 중 하나가 데드라인 싸움”이라고 말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회로부터 나프타 재개정에 대한 권한을 부여받은 기한이 6월 30일이라는 점에서 데드라인을 이달 31일로 보고 있다. 3개월 전에 협상을 끝내야 기한 내 국회 동의를 받는 절차를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와 충돌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TPA(무역촉진권한)법에 따라 나프타 재개정을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난항을 겪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를 압박해 유리한 협상 결과를 끌어내겠다는 계산도 작용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각료회의에서 “만약 우리가 나프타 합의에 도달한다면 두 나라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대미 수출이 미국에 가하는 위협을 해소한다면 면제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말해 이 같은 의중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나프타처럼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진행 중인 한국은 왜 두 나라와 달리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됐을까. 전문가들은 나프타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NAFTA의 경우 협상 자체를 새로 고치다시피해야 하는 재개정이지만 한·미 FTA는 일부 내용만 수정하는 개정 협상이라 국회 비준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도 비슷한 압박 작전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지난달 1일 한미 FTA 2차 개정 협상을 마무리지은 뒤 3차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3차 협상은 이르면 이달 말 열릴 예정이다. 미국은 한국과의 FTA 개정 협상에서 자동차 시장 추가 개방 등을 집중 거론하며 공세를 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긴급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불합리한 수입규제 조치에 대해선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와 공조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계획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관세와 FTA 협상 연계 전략이 분명해진 만큼 15일 뒤 효력이 발생하기 전까지 관세 면제를 받기 위한 치열한 설득 작업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한·미동맹을 내세워 철강 관세 면제 조치의 당위성을 주장한 데 대해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적극 챙겨보겠다”고 화답했다는 점에서 한국이 막판에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